투신사의 대우채 매입으로 손실을 본 전기공사공제조합에 대해 손해를 배상토록 한 이번 판결은 그 파장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그동안 관행처럼 이뤄져왔던 투신사의 물타기(부당 종목편출입)관행에 법원이 쐐기를 박았다는 점과 이로 인한 투신사의 손해배상을 명확히 해 관련 소송이 잇따르게 됐기 때문이다. 앞으로 부실기업 지원에 금융회사들이 상당한 부담을 안게 됐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판결 의미=금감원은 지난 19일 한국투신이 현행법을 어기고 대우채를 과다편입한데 대해 투신사의 책임을 물었다. 법원은 이날 판결로 금감원 결정을 추인하는 유권해석을 내렸다. 법원은 지난 99년7월 이미 대우의 유동성 위기가 가시화됐는데도 한국투신이 해당 펀드에 신규로 대우채권을 편입시켜 손실을 끼쳤다고 인정했다. 한국투신은 채권단의 대우 금융지원 결정에 따라 불가피하게 대우채를 펀드에 편입했을 뿐이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금감원측은 한국투신이 펀드수익률 조정차원에서 대우채를 펀드에 부당 편입했다고 보고있다. 박광철 금감원 자산운용감독팀장은 "금감원과 법원이 대우채로 인한 불가피한 부실 발생에 대해 책임을 묻지는 않았다"며 "투신사의 고의적인 물타기에 대해 책임을 물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제점은 없나=이윤규 한국투신 운용본부장은 그러나 "즉각 반론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이 본부장은 특히 지난6월 현대해상이 삼성투신을 상대로 유사한 소송을 제기했다가 기각당한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이 본부장은 "이번 소송건은 기본적으로 삼성투신 사례와 똑같은 유형이며 당시 법원은 삼성투신이 대우채를 편입한 게 부실기업 지원결정에 따른 불가피한 조치임을 인정했다"고 지적했다. 파장은=99년7월 대우사태 발발 당시 투신사에서는 대우채 처리를 위해 펀드간 부당 편출입(물타기)이 관행처럼 이뤄졌다. 당시 대우채 유통규모는 약 35조원,대우채가 포함된 펀드규모는 1백10조원대였다. 따라서 이번 판결을 계기로 소송대란이 예상된다. 특히 현대건설,하이닉스반도체가 부실화될 경우 투신권은 또다시 투자책임 문제에 휘말리지 않을까 염려하고 있다. 투신사들은 또 대우사태 당시 정부가 자금지원을 유도,이같은 사태가 벌어졌는데도 책임은 채권단만 고스란히 지게됐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어 향후 부실기업 지원을 둘러싼 책임소재 문제도 불거질 전망이다. 박수진 기자 park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