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홀로 장세'에는 역시 한계가 있었다. 지난주 세계 증시의 동반 하락에도 불구하고 독야청청한 모습을 보이던 국내 증시가 순식간에 고꾸라졌다. '단군 이래 최저금리 시대'라는 여건을 등에 업고 유동성 장세에 대한 기대감을 한껏 부풀리던 국내 증시는 한순간에 세계 증시 폭풍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양상을 보였다. 주된 요인은 역시 유동성 장세에 대한 기대감의 소멸.유동성 장세에 대한 기대감에도 불구하고 증시로 시중자금이 몰려드는 양상이 나타나지 않자 다시 경기 침체라는 악재가 부각된 탓이다. 전문가들은 유동성 장세에 대한 기대감이 급격히 꺾인 만큼 국내 증시도 당분간 세계 증시의 등락에 따라 춤을 추는 양상을 보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나홀로 장세'의 한계=지난주 국내 주가는 세계에서 가장 많이 올랐다. 미국의 다우존스와 나스닥지수는 각각 1.68%와 4.57% 하락했다. 일본 닛케이평균주가도 2.47% 떨어졌다. 이에 비해 한국의 종합주가지수는 4.61% 오르는 정반대의 양상을 보였다. 이처럼 '나홀로 장세'가 가능했던 것은 역시 유동성 장세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었다. 지표금리가 연 4%대로 추락하면서 갈 곳을 찾지 못한 부동자금이 증시로 몰려들어 주가를 끌어 올릴 것이라는 기대감이 작용한 탓이었다. 이 때문에 개인이 선호하는 건설 은행 증권주 등 이른바 '저금리 수혜주'가 세계 증시와 무관하게 지난주 증시를 이끌었다. 그러나 유동성 장세에 대한 기대감은 한주를 넘기지 못했다. 투신사에 돈이 들어오고 있지만 MMF(머니마켓펀드)와 단기 채권형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고객예탁금도 정체 상태다. 저금리를 견디지 못한 돈이 갈 곳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 증시로 자금이 들어올 조짐은 없다는 얘기다. ◇다시 미국 증시의 영향권으로='나홀로 장세'가 서서히 막을 내린 만큼 다시 해외 변수에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대중주가 시세를 내지 못하는 한 지수 관련주가 장을 이끌 수밖에 없다. 지수 관련주는 해외 시세에 민감하다. 불행히도 현재 해외 변수는 악재가 우세하다. 나스닥지수는 지난 4월 이후 처음 1,900선이 무너졌다. 반도체 경기도 바닥을 헤매고 있다. 미국이 21일 FOMC(공개시장위원회)를 열어 금리를 추가 인하할 것이 확실하지만 시장의 기대는 냉담하다. ◇가격조정 가능성에 대비해야=유동성 장세가 전개되려면 경기 호전 기미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지난 98년 10월 이후가 그랬다. "이를 감안하면 경기지표가 호전되지 않는 한 아무리 금리가 하락하더라도 유동성 장세가 전개될 것을 기대하기는 힘들다(장득수 신영증권 리서치센터 부장)"는 시각이 우세하다. 특히 "시장에서 유동성 장세가 도래하기 힘들다는 공감대가 빨리 형성돼 당분간은 가격조정 양상을 거칠 것(이종우 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이라는 전문가가 많다. 이들은 건설 은행 증권주가 조정을 받을 경우 1차로 종합주가지수가 540선까지 떨어지는 상황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물론 일부에서는 "비록 유동성 장세에 대한 기대감이 무너졌으나 초저금리 시대가 지속될 전망이므로 유동성 장세가 도래할 개연성은 남아 있다(박준범 LG투자증권 연구위원)"는 주장도 있다. 그렇지만 이들도 당분간은 지수 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지난주 단기 급등한 대중주의 경우 이익실현의 기회를 엿보되 실적우량 개별종목 중심의 매매가 바람직한 것으로 보인다. 하영춘 기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