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이 증시의 관심지표로 부각되고 있다. 지난 16일 원.달러 환율이 장중 한때 1천2백74원으로 급락하고 엔.달러 환율도 1백19엔대까지 떨어지는 등 달러화 강세 추세가 완연히 꺾이면서 달러화 약세가 기조적으로 자리잡는게 아니냐는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미국 부시 행정부는 여전히 '강한 달러' 정책을 고수하고 있지만 해외 투자기관들의 달러화 약세 전망에 이어 국제통화기금(IMF)이 달러화의 급락 가능성을 경고하는 등 '달러화 가치 논쟁'은 점차 확산되고 있다. 달러화 약세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외국인들은 국내 시장에서 한국전력 등 외화부채가 많은 환율 수혜주의 비중을 높이고 현대차 등 수출관련 기업의 비중을 줄이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 환율 하락의 명암 =원.달러 환율 하락은 기본적으로 달러 표시 상품가격을 높이므로 국내 수출기업의 가격 경쟁력을 떨어뜨린다. 한 때 3만원에 육박했던 현대차 주가가 20일 2만원 밑으로 떨어졌듯이 수출 비중이 높은 자동차 업체와 조선업체에는 직격탄이다. 한국의 경기 부진이 IT(정보기술)제품 등 주력품의 수출 감소에서 기인한다는 점에 비춰볼 때 원.달러환율 하락이 일부 업종의 부진에 그치는게 아니라 전체적인 국내 경기회복 지연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높다. 대우증권 이영원 연구원은 "환율 하락에 따른 수혜 종목군이 부각되기도 하지만 수출부진이 한국 경제의 가장 핵심적인 문제이므로 부정적 측면이 더 고려돼야 한다"고 말했다. 넓게 보면 달러 약세에 따라 투자자금이 미국 시장으로부터 이탈할 경우 미국의 주식 및 채권시장 붕괴와 국제금융시장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이에 따라 미국에서 역(逆)자산효과가 발생하면 전세계 구매력의 22%를 차지하는 미국의 소비가 위축됨으로써 세계적으로 경기회복을 더욱 지연시킬 것이라는 우려도 크다. 반면 달러화 약세가 국내 증시에는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도 만만치 않다. 국내 증시를 좌우하는 외국인투자자 입장에서는 환차익까지 기대할 수 있게 되므로 투자를 더욱 늘릴 수 있는 유인을 주게 된다는 주장이다. 전주말 미국 나스닥 시장의 폭락에도 불구하고 외국인은 20일에도 주식을 소폭 순매수, 3일째 순매수 기조를 이어나갔다. 실제 외국인은 연초 이후 환율이 떨어질 때마다 매수 강도를 높여 왔다. ◇ 단기적이나마 수혜주엔 관심을 =달러화 약세가 기조적으로 자리잡을지에 대해서는 아직 의견이 분분하다. 달러화 가치 약세를 주장하는 이코노미스트들은 국내총생산(GDP)의 4%에 달하는 경상수지 적자를 감안할 때 미국 수출기업의 경쟁력 하락을 언제까지나 방치만 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이들은 또 IT거품 붕괴로 인한 미국 기업에 대한 투자매력 감소와 미국의 국채수익률 급락 등도 달러화 약세를 부채질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반면 "미국이 자국 시장에서 급격한 자금이탈 가능성을 감수하면서까지 달러화 약세를 방관하진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만만치 않다. 때문에 달러화 가치 추세를 예의 주시하면서 단기적이나마 환율 하락에 따른 수혜 종목에 관심을 가져야 할 시점이라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외국인들도 한전 한진해운 등 소위 환율 수혜주를 최근 집중적으로 매집하고 있다. 원.달러환율 하락에 따라 수혜를 입을 수 있는 종목은 외화부채가 많거나 원자재 수입 비중이 높은 대한항공 현대상선 등 항공.해운업체와 S-Oil SK 등 정유업체, 포철 INI스틸 한전 한국가스공사 등 철강.전기.가스업체, 제일제당 등 음식료 업종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들 중에는 장기 소외됐던 종목이 많아 순환매 차원에서의 매수세도 기대해 볼 수 있다. 박민하 기자 haha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