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9년 대우그룹 위기 당시 자금지원을 위한투신사의 대우 회사채 매입은 잘못이므로 투자자 손실을 책임져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이번 판결은 최근 현대건설 사태 등 논란을 빚어온 투신권의 부실기업 지원에제동을 거는 한편 신규대출 등으로 지원에 참여해온 은행 등 여타 금융권과 이들의지원을 통한 채무 재조정을 사실상 종용해온 금융당국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서울지법 민사합의21부(재판장 최철 부장판사)는 20일 투신사의 대우채 매입으로 수익증권 투자 손실을 봤다며 전기공사공제조합이 한국투자신탁증권을 상대로 낸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피고는 원고에게 1억1천900여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을 내렸다. 이번 판결에 따라 최근 법정소송이 진행중인 금감위 환매연기 조치의 적법성 여부와 상관없이 투자자들이 손해를 배상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금감위의 대우채 환매연기조치로 손해를 봤다는 원고측주장은 이유없다"면서도 "한국투신증권이 대우의 자금사정이 극히 악화된 상태임을알고 있었으면서도 대우채를 신규 취득한 것은 펀드 가입고객에 대한 관리자로서의주의의무 위반"이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특정기업 지원을 위해 부도위험이 큰 채권을 신규 매입해 이를 신탁가입자의 희생하에 투자 신탁재산에 편입시킬 수 없다"고 강조했다. 또 "한국투신증권이 대우 지원을 위한 금융당국 지시나 채권단 결의를 어쩔 수없이 따랐다고 해도 이는 한국투신증권과 금융당국, 채권단 사이의 문제일 뿐 투자자에 대한 책임까지 면할 수 없다"며 "금융당국도 구체적인 신탁재산 운용을 특정해지시한 바 없다"고 덧붙였다. 전기공사공제조합은 99년 5월 한국투신증권에서 수익증권을 매입했으나 대우 위기가 심화되면서 한국투신증권이 수조원대의 대우채를 신규 매입해 펀드에 편입했고,이후 금감위가 대우채 환매를 연기하는 바람에 투자손실을 봤다며 소송을 냈다 한편 금융감독원은 지난 19일 외환위기 당시 대우채를 과다편입해 동일종목 투자한도인 '10%룰'을 어긴 투신사들에 대해 손해를 배상해주라는 결정을 내려 대우채를 둘러싼 관련소송도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연합뉴스) 박세용 기자 s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