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위기 당시 대우채를 과다편입해 `10%룰'을 어긴 투신사들에 대해 손해를 배상해주라는 결정이 나왔다. 이번 결정으로 수조원 규모의 대우채에 투자한 펀드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가 잇따를 것으로 보여 투신사들에 비상이 걸렸다. 금융감독원 금융분쟁조정위원회는 동일종목투자한도를 위반해 무보증 대우채를 과다하게 편입해 손해를 냈다며 박모(40)씨가 H투신을 상대로 낸 조정신청을 받아들여 손해를 배상하도록 결정했다고 19일 밝혔다. 조정위원회는 "투신사가 고의로 투자한도를 위반해 투자자가 손해를 봤다면 배상책임을 면할 수 없다"며 "H투신은 박씨에게 적법하게 운용했을때 얻을 수 있는 대우채 예상환매대금과 실제 수령액의 차액인 320만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박씨는 99년 2월 이 투신사 수원지점에서 중기펀드 상품에 2천만원, 단기펀드에 5천만원을 입금했으나 펀드가 대우채에 과다 투자하는 바람에 679만원의 손실을 입고 해지시켰다. 중기펀드와 단기펀드는 각각 1천억원, 2천억원의 투자신탁재산 운용과정에서 ㈜대우채를 지속적으로 편입, 동일종목 투자한도(10%) 비율을 0.71%, 15.02%씩 넘긴 것으로 드러났다. 박씨를 포함 이들 펀드에 투자한 계좌는 중기펀드 2천358건, 단기펀드 3천847건으로 이들 투자자가 손해배상을 요구할 경우 똑같이 배상해줘야 한다. 금감원이 추정한 손해배상액은 중기펀드 1억6천여만원, 단기펀드 29억5천여만원에 달한다. 또한 대우채 편입과정에서 빚어진 손실에 대해 금융회사들이 투신사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이 여러건 계류된 상태여서 판결과정에서 이번 조정위원회 결정이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당시 어려운 경제상황에서 다른 투자종목이 빠져나가는 바람에 대우채가 저절로 과다편입된 경우는 불가피성이 인정돼 손해배상이 인정되지 않는다. 한편 H투신은 이번 결정이 나오자마자 즉각 불복하고 법원에 소송을 제기할 계획이며 다른 투신사들도 이번 결정이 미칠 영향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법원도 대부분 조정위 결정을 인용하는 판결을 내린다"며 "투자자보호 차원에서 동일종목 투자한도를 10% 이내로 제한하는 규정에도 불구하고 관행적으로 이를 위반해오던 행위가 근절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정주호기자 jooho@yonhap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