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환율이 5개월만에 1천2백70원대로 내려가면서 가뜩이나 위축된 수출에 부담이 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강한 달러' 기조가 무너질 경우 엔화환율 하락에 발맞춰 원화환율도 추가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환율하락이 대외요인에 의한 것인 만큼 하락폭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외환딜러들은 1천2백60원대를 바닥으로 조정국면을 예상한다. 적어도 달러당 1천2백50원 이상이면 수출채산성도 크게 위협받지 않는다는 분석이다. ◇ 5개월래 최저 =16일 장중 원화환율은 전날보다 13원50전 떨어진 1천2백75원까지 내려갔다. 곧이어 정부의 '구두 개입'이 나와 1천2백80원선을 놓고 치열한 공방이 이어졌다. 이달들어 좁은 박스권을 형성했던 원화환율은 엔화가 달러당 1백19엔대까지 내려가면서 1천2백80원선이 깨졌다. 이는 지난 3월14일(1천2백77원80전)이후 5개월 만이다. ◇ "달러약세이지 원화강세 아니다" =환율하락이 달러 약세라는 대외요인 탓이므로 하락폭도 엔화보다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대내요인으론 기업들의 외자유치와 수출부진이 더 중요한 변수다. 외환 당국 관계자는 "수출기업들은 가격보다는 해외수요를 더 중시한다. 1천2백50원 이상이면 당분간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외환은행 이정태 딜러는 "수급상 기업들의 보유 달러(거주자외화예금)나 외환카드 현대투신 매각 등의 달러공급과 정부의 환율급락 방어의지 등에 비춰 1천2백60원대에서 하락을 멈출 것"으로 내다봤다. ◇ 환율하락의 영향 =수출비중이 높은 자동차 섬유 등 일부 업종은 환율하락시 수출경쟁력 약화를 우려한다. 그러나 엔화와 동조화한다면 적지 않은 이점도 있다. 콜금리 인하에 따른 물가불안을 불식시키고 외채 이자부담을 줄이며 엔화강세에 따른 환차익 등의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산업은행 김기석 조사역은 "정부가 의례적으로 구두개입에 나섰지만 단기적으론 정부도 점진적인 하락을 기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형규 기자 o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