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은행 증권주 등 일반투자자가 선호하는 저가 대중주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연일 오름세를 보이면서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경기 영향을 덜 받는 내수 관련 업종인데다 대부분 주가도 낮아 개인투자자를 중심으로 강한 매수세를 형성하고 있다. 핵심블루칩이 경기 논란과 해외 변수에 일희일비하는 틈새를 비집고 '대중주 장세'가 화려하게 펼쳐지고 있다. 특히 14일엔 코스닥 투자자들마저 거래소시장의 대중주로 몰려들면서 거래소시장의 거래량과 거래대금이 코스닥 시장을 크게 앞질렀다. 전문가들은 신규자금 유입이 거의 없는 상태에서 저가 대중주가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은 초저금리로 인한 유동성 장세에 대한 기대감이 그만큼 크다는 반증이라고 풀이했다. ◇날개 단 저가 대중주=이날 거래소 시장에서 증권 은행 건설주가 날개를 활짝 폈다. 전날 업종지수가 10%이상 급등한 건설주로부터 '바통'을 이어받은 증권주는 이날 6.7%나 뛰어올랐다. 서울·유화증권이 가격제한폭까지 치솟은 것을 비롯 증권주는 전종목이 올랐다. 3일 연속(거래일 기준) 오름세를 이어갔다. 전날보다 상승탄력이 강해진 은행주도 업종지수가 4.1% 오르면서 사흘째 강세를 보였다. 특히 업종지수를 기준으로 20일 이동평균선이 60일선을 밑에서 위로 꿰뚫는 중기 골든크로스가 발생했으며 장단기 이동평균선이 정배열 상태를 이뤄 추가 상승 가능성을 높였다. 개인들의 차익매물이 흘러나와 상승탄력이 둔화된 건설주도 업종지수가 1.6% 올랐다. ◇저가주 강세 배경=IT(정보기술)경기 회복 논란 등으로 외국인과 기관의 '표적'인 시가총액 상위종목의 행동반경이 제한돼 있다. 이들 종목은 미국 반도체 경기와 국내 수출 동향 등 해외 변수에 발목이 잡혀있는 상황이다. 거래소 시장의 외국인이 규모는 크지 않지만 6일째 매도우위를 보이면서 관망세를 취하고 점이 이를 반증한다. 반면 개인 선호 종목인 저가 대중주들은 모두 경기와 별로 상관이 없는 내수 관련 종목인데다 대부분 저금리의 수혜를 입는 저가주다. ◇유동성 장세 징조인가=유동성 장세가 펼쳐졌던 지난 98년 10∼12월에도 최근처럼 건설 은행 증권 등 대중주가 급등했다. 건설업종지수는 98년 10월초 51.23에서 12월말 137.33으로 1백68%나 급등했다. 같은 기간 은행업종지수는 1백34%,증권업종지수는 3백25%나 급등했다. 금리가 곤두박칠치고 미국 금리 인하와 달러화 약세,유가 안정 등이 뒷받침됐다. 최근의 상황과 비슷한 점도 있지만 다른 대목도 많다. 98년 당시에는 IMF외환위기 이후 기록적으로 치솟았던 금리가 단기간에 급락하면서 증시로 돈이 몰렸다. 지금처럼 저금리 기조가 유지되는 국면이 아니었다. 미국 경기도 좋은 편이었고 수출이 점차 회복되면서 국내 경기가 바닥권에서 탈피하는 시기였다. ◇전망=종합주가지수가 박스권에 갇혀있기 때문에 대중주 강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단기급등에 따른 조정 가능성은 있지만 지수흐름이 제한적인 상황이어서 대중주를 중심으로 한 순환매 장세가 당분간 유지될 것이라는 얘기다. 은행업종은 지수이동평균선이 정배열 상태이고 건설과 증권업종도 주요 저항선을 돌파했다는 점에서 추가 상승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이건호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