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소시장이 뚜렷한 회복기미를 보이지 않는 국내외 경제상황에도 불구하고 연 3일째 강세를 보이고 있다. 14일 주식시장은 개장초부터 오름세로 출발, 지난 이틀간 시장을 주도해온 금융, 건설주들이 또다시 일제히 강세를 보이면서 시간이 지날수록 오름폭이 더욱 확대, 투자자들은 물론,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또다시 지난 연초와 같은 '유동성 장세'에 대한 기대감을 부추기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증시주변에서는 건설.금융주 중심의 증시상승세를 유동성 장세로 쉽게 단언하지 못하고 있다. 올들어 벌써 3차례 이상 전개됐던 '반짝장세'로 인해 투자전략가와 애널리스트들의 입이 무거워진 탓도 있지만 현재의 장세는 아직까지 투자자들의 바램을 완전히 충족시킬만큼 '유동성 장세'의 교과서적 정의와는 다소 거리가 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전형적인 의미의 '유동성장세'는 현재 경기는 비록 불황을 벗어나지 못했지만 통화량 증가와 금리하락 등으로 자금이 저수익성 예금을 탈출, 직접 금융시장으로 유입되는 가운데 향후 경기전망에 대한 긍정적 견해가 부정적 견해를 능가하면서 저금리의 1차적 수혜주를 중심으로 시작되는 장세를 말한다. 그러나 우리 주식시장의 현재상황은 금리하락에도 불구, 증시주변의 부동자금은 많으나 주식시장에 아직 대규모 유입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으며 무엇보다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점차 엷어져 가고 있다는 것이 '유동성 장세' 진입에 최대 장애물이 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의 김석중 상무보는 "미국경기의 회복전망이 쉽지 않아 수출이 어려운 가운데 내수마저 위축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경기회복이 계속 지연될 경우 주가는 한 단계 레벨-다운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으며 증시가 자생력을 가지려면 2002년 후반이나 가야 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피데스증권 투자전략팀의 정동희 투자전략팀장도 최근 건설주 강세에 대해 "국내 부동산을 맹렬히 사들이던 외국투자가들이 최근 매물을 내놓는 쪽으로 분위기를 선회하고 있다"며 "지난해에도 8월15일을 전후해 건설주가 약세로 돌아섰던 점을 염두에 둬야 하며 '돈의 힘'으로 버티는 증시는 오래가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소한 '유동성 장세'로까지 정의하지 못해도 '단기 투기성 장세'는 아닐 가능성 역시 높다는 데도 전문가들은 견해를 같이하고 있다. LG투자증권 황창중 투자전략팀장은 "경기부양책과 맡물린 기대감이 형성되고 아직 본격 유입되지는 않았지만 수익률을 노린 부동자금이 대기하고 있다는 점에서 단기 투기성 장세라는 표현도 적절치 않다"며 대중주 중심의 강세가 좀 더 진행될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투신권의 매수세, 그리고 자금력이 큰 우량은행과 대형 손보사들 중심의 순매수도 단기 투기장세에 대한 우려를 어느 정도 덜어주고 있다. 향후 장세전망에 대해 황 팀장은 "증시가 유동성 장세에 대한 기대감으로 단기급등을 보였지만 올들어 가장 매매가 많았던 지수 580∼600선에서는 매물벽에 부딪힐 가능성이 있다"며 "지수는 조정을 거쳐 600을 넘을 수도 있지만 추가상승은 IT주의 반등이 있어야 하며 건설,금융 등 대중주만으로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 봤다. 교보증권의 김 상무보도 "정부가 경기부양에 적극 나서고 있지만 건설부문은 대형 토목공사 등의 완료로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며 "현재의 유동성 장세보다는 일시적 소비회복을 틈타 오는 4분기 기술주 중심의 일시반등 가능성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김종수기자 jski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