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가 반도체 부담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아래쪽으로 쏠렸다. 건설, 금융주를 중심으로 결집됐던 유동성 장세에 대한 기대도 급등에 대한 부담에 눌리며 그 기세가 무뎌졌다. 반등을 주도했던 대형 통신주도 숨고르기에 들어가면서 시장은 단기 모멘텀을 기다리는 표정이 역력하다. 그러나 실적 시즌이 막바지에 접어든 데다 정부의 경기부양의지가 구체적인 정책으로 가시화되면서 저가 매수세가 만만찮은 기세를 형성하고 있다. 이에 따라 주가는 종합지수 560대 초반과 후반을 박스권으로 설정, 이틀째 조정을 거치고 있다. 8일 종합주가지수는 낮 12시 7분 현재 전날보다 3.61포인트, 0.64% 하락한 563.89를 가리키고 있다. 코스닥지수는 70.98로 전날보다 0.51포인트, 0.71% 떨어졌다. ◆ 기대와 차익실현 = 최근 유동성 장세에 대한 기대로 은행, 증권, 건설주에 대한 관심이 뜨거웠다. 특히 재정지출 확대, 감세 및 저금리정책 등 정부의 경기부양 의지가 확인되면서 유동성 장세에 대한 기대는 한층 무르익었다. 7월 한 달 동안 투신권에 모두 12조원 이상의 자금이 유입, 지난 99년 1월 이후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는 소식도 기대 심리를 들썩이게 만들었다. 이에 따라 건설업종 지수는 나흘째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전날 종가를 기준으로 8월 들어서만 5.45포인트, 11.71% 올랐다. 증권업종 지수도 지난 7월 31일부터 전날까지 엿새 연속 오르며 89.86포인트, 8.00% 급등했었다. 그러나 투자자가 기대만으로 계속 매수에 나설 수는 없는 법. 기대가 잦아들면서 차익 매물이 어느 새 매수 규모를 앞지르기 시작했다. 전날 133.58로 연중 고점을 기록했던 은행업종 지수가 가장 먼저 내림세로 돌아섰다. 국민은행, 주택은행, 신한은행 등 우량 은행주는 물론 전북, 부산, 대구은행 등 지방은행 대부분이 내림세를 기록중이다. 증권업도 예외가 아니며 건설업은 상승폭이 축소되며 가까스로 1% 상승률을 기록하고 있다. 이에 대해 시장 관계자들은 최근 급등에 따른 차익 매물이 출회되면서 조정을 거치고 있을 뿐 유동성 장세에 대한 기대가 흩어진 것은 아니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유동성 장세가 기대를 넘어 현실화될 가능성 또한 지금으로서는 높지 않다는 의견이 만만찮게 제기되고 있다. 김도형 KGI증권 연구원은 "최근 투신권의 수탁고 증가는 MMF와 같은 단기상품과 채권형 펀드의 증가세에 힘입은 바 크다"며 "이는 실질적인 주식 매수 여력과는 거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오태동 세종증권 연구원도 "과거의 예를 보면 증시로의 본격적인 자금 유입은 주식시장이 대세상승기로 전환한 후 수개월이 지난 후에 시작됐다"며 "지금과 같이 경기 침체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유동성 장세가 촉발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유동성 장세에 대한 기대는 장기 상승을 촉발시키는 모멘텀으로 역할하기 보다는 주가 급락을 방어해줄 안전판 쪽으로 가닥을 잡아나갈 가능성이 크다는 주장이다. ◆ 목요일 이벤트 = 9일 목요일은 옵션만기일인 동시에 추가 콜금리 인하 여부를 결정할 금융통화운영위원회가 열린다. 이에 따라 투자자들은 목요일 시장 움직임을 지켜보자며 8일 거래에 조심스런 표정이다. 거래소 거래량은 오전 11시 50분 현재 2억주를 갓 넘어 전날과 비슷하다. 옵션만기일과 관련 시장 충격은 크지 않을 전망이 우세하다. 전날 종가 기준으로 매수차익거래잔고가 1,904억원, 옵션관련 차익거래잔고가 5억원 미만인 상황에서 프로그램 매물에 대한 부담이 크지 않다는 설명이다. 일부에서는 시장베이시스가 콘탱고로 전환될 경우 오히려 프로그램 매수가 적극 유입되면서 지수 반등도 가능할 수 있다는 낙관론을 내놓고 있다. 콜금리 인하 여부에 대해서는 이 달보다는 9월로 넘어갈 가능성이 높다는 예상이 많다. 그러나 금융통화위원회가 추가 금리 인하를 시사하는 긍정적인 코멘트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지수 하방경직성 확보에 도움이 될 전망이다. 한경닷컴 임영준기자 yjun197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