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상반기까지는 지수 500~630의 중기 박스권 등락이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 철저히 가격 위주 전략으로 대응해야 한다" 국내 펀드매니저들로부터 최고의 투자전략가로 꼽히는(한경 선정 상반기 베스트 애널리스트) 미래에셋증권 이정호 연구위원을 만났다. 그는 현 장세를 미국의 IT(정보기술) 불황이 초래한 전 세계적인 경기 하강이라는 큰 흐름 속에서 중기적인 등락을 반복하는 국면(mid-cycle)이라고 진단했다. 이같은 흐름은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 지속될 것이므로 철저하게 실적에 비해 별로 오르지 못했거나 낙폭이 큰 "싼 주식"만 매매하는 가격 플레이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도체 바닥론이 제기되는 등 호전되고 있는 증시 분위기를 어떻게 보나. "추세 전환으로 받아들이기에는 이르다.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는 대세 반전을 기대하기 힘들다. 미국이 금리 인하와 감세 등 유동성 완화 조치로 IT 불황에서 촉발된 경기 침체의 속도를 저지하는 상황이다. 수출 의존적인 경제구조와 실제 유통주식의 60∼70%를 외국인이 좌우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국내 증시도 미국의 IT 불황으로부터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PC 등 IT의 최종 수요가 여전히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무엇보다 IT 관련 투자지출이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외국인이 다시 매수 우위를 보이는데. "성장형(active),헤지펀드 성격의 자금이 늘면서 외국인의 매매 패턴이 과거와 크게 달라졌다. 더 이상 국가별,섹터(sector)별 접근이 아니다. 싸 보이는 주식만 골라 산다고 보면 된다. 1∼2월에는 IT,금융주였고 4∼5월에는 현대차 전기초자 신세계 태평양 등 실적 호전주로 대상이 바뀌었다. 최근에는 낙폭이 과대했던 반도체 통신주와 금융주를 사고 있다. 모두 당시에 상대적으로 낙폭이 컸던 종목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그리고는 일정한 박스권 상단에 도달하면 처분해 이익을 실현한다. 단기적이고 가격 위주의 이같은 외국인 전략은 한국뿐 아니라 일본과 이머징마켓 전반에 걸친 공통된 흐름이며 '미드 사이클' 국면에서 유일한 투자전략이다" -눈여겨 보고 있는 지표는. "소비 관련 지수가 중요한 투자판단 지표다. 소비가 살아 있어 그나마 경기 침체의 속도를 늦추고 있지만 현혹돼서는 안된다. 서비스업 비중이 높아 소비 증가가 직접 상장 기업의 이익 증가로 연결되지 않고 있다. 더구나 최근 국내외적으로 대규모 고용 감축이 이뤄져 소비 관련 지표가 다시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 -IT주에 대한 접근은. "3·4분기 중 IT 재고 순환상 바닥이 확인되면서 단기적인 반등이 있을 수 있다. 이에 따라 연말까지 종합주가지수는 전고점(630),삼성전자로 치면 22만∼23만원 도전이 한번쯤 있을 것이다. 그러나 IT 투자 회복은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그때까지 기대와 실망이 반복되면서 등락을 거듭할 것이며 그 폭도 커질 것이다" -하반기에 관심을 둘만한 종목은. "그동안 소외됐던 전기 가스 등 유틸리티(utility) 종목이 연말까지 한번 힘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태평양류(類)의 내수 관련 실적 호전주도 추세가 여전히 살아 있다. 최근 은행주에 대한 관심도 국민 주택은행 등 소매(retail)영업에 주력하는 은행에 한정돼 있다는 점에서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여기에 낙폭이 과대했던 보험주 정도가 연말까지 초과 수익률을 기대할만한 종목군이라고 생각된다. 현대자동차 전기초자 등 수출 관련 실적 우량주는 추가 상승이 힘에 부쳐 보인다" 박민하 기자 haha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