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지난 6월말 이후 달러당 1천3백원 안팎에서 움직였던 환율이 이달 들어 빠른 하락세를 보이면서 3일 오전장에는 1천2백81원대까지 급락하다가 오후장 들어 재경부의 구두 개입으로 크게 올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국내외환시장 참여자들은 원.달러 환율이 하락국면에 진입한 것인지 여부에 대해 관심이 높은 상태다. ◇원·달러 환율 왜 불안한가=대내외 요인이 결합돼 있는 데 따른 현상이다. 대외적으로는 지난달 이후 꾸준히 거론돼 왔던 달러고(高) 시정 움직임이 원·달러 환율 하락의 기폭제가 됐다. 특히 이달 들어 국제 외환시장에서 미 달러화 가치가 모든 통화에 대해 약세를 보임에 따라 이같은 움직임이 구체화되는 것이라는 심증을 갖게 한 점도 원·달러 환율의 하락세를 부채질했다. 대내적으로는 지난 2일 메릴린치가 '반도체 업종이 최악의 상황을 지나 회복 국면에 진입할 것'이라는 보고서를 내놓은 것을 계기로 국내 증시가 회복 기미를 나타내면서 원·달러 환율의 하락 요인으로 작용했다. 어제 오후장 들어 재경부의 구두 개입으로 환율이 급등한 것은 경제여건이 변한 것이 없는 상태에서 단기에 환율이 너무 급락했다는 경계심리가 겹쳤기 때문이다. ◇박스권 붕괴되나=현재 시장 참여자들의 최대 관심은 지난 6월말 이후 달러당 1천3백원선을 중심으로 지속돼온 1천2백90∼1천3백10원대의 환율 박스권이 붕괴되느냐 여부다. 만약 이 박스권이 붕괴될 경우 시장 참여자들은 원·달러 환율의 하락세가 당분간 계속돼 6월말 추세전환 이전의 환율 수준인 1천2백70원선까지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이달 들어 원·달러 환율이 하락하고 있음에도 불구,우리 경제의 기초여건(펀더멘털)은 환율을 하락시킬 만큼 크게 변한 것이 없다는 점이다. 오히려 최근 전경련 등이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 경제는 올해말까지 더 악화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아직까지 박스권에서 벗어났다고 단정하기에는 너무 이르다고 보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환율 앞으로 어떻게 되나=최근 대내외적으로 이상(異狀) 조짐이 감지되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이런 점을 감안,앞으로 당분간 우리 경제여건이 개선될 가능성이 낮더라도 원·달러 환율이 하락할 것으로 보는 것이 국내 외환시장 참여자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한경포렉스를 구성하고 있는 외환 전문가들도 8월 원·달러 환율의 평균수준이 지난 7월에 비해 약 10원 정도 하락할 것으로 보고 있다. 설령 달러고 시정 움직임이 가시화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논의 자체만으로 시장 참여자들의 달러화 보유심리를 약화시키고 국내 기업들의 외자 유치와 외국인주식 투자자금 유입으로 달러화 공급물량이 많아질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한상춘 전문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