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배 < 사장 > 태평양은 올 주식시장의 대표적인 "히트상품"이다. 지난 73년 4월 상장이래 28년만에 처음으로 7만원선을 돌파하는 등 주식시장에서 사상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태평양칩"이란 신조어를 만들어 냈을 정도다. 국내 최대의 화장품 업체로 지난해말 기준 29.3%의 시장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다. 강력한 브랜드파워와 탄탄한 재무구조를 바탕으로 지난 97년 21.6%였던 점유율을 지속적으로 높이면서 업계 1위를 고수하고 있다. 특히 특정 유통경로에 치우쳐 있는 타업체에 비해 시판과 방문판매 모두에 강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어 올해 시장점유율이 30%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는 등 2,3위 업체와의 격차는 더욱 벌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태평양은 올해 여의도 증권가에 "가치주 열풍"을 불러온 주인공이다. 태평양의 연초 주가는 2만7천5백원,7월말 주가는 7만2천원으로 무려 1백60% 이상 상승했다. 특히 종합주가지수가 하락기조를 나타냈던 시기에도 시장흐름과 무관하게 꿋꿋한 모습을 보이며 시장을 지탱하는 역할을 했다. 태평양의 상승세에 가장 크게 기여한 것은 외국인의 매수세다. 지난 98년 외국인 지분율은 11.5%에 불과했다. 하지만 7월말 현재 37.84%까지 급증했다. 최근에도 지난 18일 이후 10일 연속 순매수를 기록할 정도다. 외국인이 이처럼 태평양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것은 구조조정 완료에 따른 실적호전을 높이 평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최근 부쩍 강화된 주주중시 경영에도 높은 점수를 주고 있다. 태평양의 상반기 매출액은 전년보다 43.4% 증가한 5천7백80억원,영업이익은 39.3% 늘어난 1천50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사상 최대 규모다. 경상이익의 경우 태평양제약 태평양종합산업 등 계열사들의 실적 호조에 따른 지분법 평가이익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돼 크게 개선될 전망이다. 회사측은 판매 증가는 물론 부실계열사를 과감히 떨어낸 구조조정 덕에 수익구조가 크게 개선됐다고 평가했다. 태평양 관계자는 "고가 제품의 유통경로인 방문판매 분야에서 큰폭의 성장이 이뤄진 것이 실적 호전의 주요 원인"이라며 "상반기에 비해 하반기에 판매여건이 더욱 좋았던 경험에 비춰볼 때 올해 사상처음으로 매출 1조원 돌파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태평양은 10여년 전부터 꾸준하게 구조조정을 실시,현재 계열사 관련 지급보증이 36억원(5월말 기준)에 불과하다. 오히려 태평양제약 태평양산업 등의 영업호조로 지분법이익이 늘고 있는 추세다. 영업호전에 따른 현금유입 증가로 1천2백83억원(3월말 현재)의 순현금을 보유하는 등 재무구조도 탄탄하다. 연구개발도 발빠르다. 지난해 연구개발에만 2백14억원을 투자했다. 지난해까지 국내특허 4백78건,해외 97건을 보유중이며 올해 이미 30건 이상을 출원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기술주의 경기회복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당분간 가치주가 증시의 버팀목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성장성이 뒷받침되는 소비 관련주는 중장기적으로 꾸준한 인기를 누리면서 주가 차별화가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태평양은 이같은 흐름의 중심에 우뚝 서 장을 주도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만큼 가치있는 주식이라는 얘기다. 양준영 기자 tetri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