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자로 하이닉스반도체가 모(母)그룹인 현대와 결별하면서 세간의 관심은 하이닉스의 새로운 지배구조(Corporate Governance)에 쏠리고 있다. 그러나 현 지분구조와 경영여건상 실질적 지배력을 갖춘 '오너'가 당장 출현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현단계에서 하이닉스 지배구조의 향배를 점칠 수 있는 변수는 ▲현대 구주(舊株)매각과 ▲GDR(해외주식예탁증서) 인수처 등 크게 두가지. 현대 구주란 현대 정몽헌회장, 현대상선, 현대중공업, 현대엘리베이터 등 현대그룹 특수관계인들이 보유한지분(9천380만주). 주채권은행인 외환은행에 지분의 경영권.의결권 일체가 넘어간 상태에서 재정주간사인 살로먼스미스바니(SSB)가 인수처를 물색중이다. 주목할 점은 지분 모두를 가져가는 인수처가 등장하더라도 지배주주로 올라서기는 힘들다는 것. 지난 6월 GDR 발행 이후 문제의 지분이 전체 지분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20%에서 9%로 뚝 떨어졌다. 이는 GDR 발행으로 하이닉스의 보통주 총수는 4억9천만주에서 10억1천100만주로 배 이상 늘어났기 때문이다. 특히 반년이 넘도록 '적합한' 인수처가 나타나지 않았고 앞으로도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점에서 이 지분의 존재는 '섀도우 보팅(Shadow Voting.의결권을 자신의 의사에 관계없이 다른 주주들의 투표비율로 분산시키는 것)' 역할에 국한될 것이란 분석이 높다. 일각에서는 개인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분산매각하는 아이디어도 떠오르고 있다. GDR를 인수한 해외금융기관들 역시 '주인'이라기 보다는 '투자가'의 성격에 가깝다는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지금까지 알려진 바로는 GDR 최대 인수처는 2억달러 규모를 인수한 미국계 금융기관. 2억 달러는 1DR 12달러, 1DR당 보통주 5주로 환산해볼 때 총 8천333만주다. 이는 전체지분의 8% 수준으로 지배권을 행사하기는 어려운 수준이다. 특히 해외 금융기관들은 경영권에 관심이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하이닉스는 파악하고 있다. 하이닉스측이 계열분리에 발맞춰 이사회 중심의 선진경영 체제를 표방하고 있는 것도 이런 지분구조를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하이닉스 관계자는 "현대그룹으로부터 분리되면서 한마디로 지배주주가 없는, 주인없는 회사로 간다고 보면 된다"며 "인텔 등 미국 선진기업을 모델로 국내외 주주들의 수익을 중시하는 경영체제가 구축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초부터 박종섭 CEO-박상호 COO로 이어지는 '투톱' 체제로 경영시스템을 정비하고 이사회멤버를 6명에서 10명으로, 사외이사를 4명에서 7명으로 늘리는 등 이사회 기능을 대폭 강화시킨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하이닉스가 처한 특수한 상황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도 적지않다. D램 값 폭락으로 하이닉스의 유동성 위기가 재연되는 상황에서 지배구조를 점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얘기다. 대우증권 전병서 애널리스트는 "D램 경기가 회복되고 하이닉스의 재무구조가 안정될 경우 지배구조 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재 외국인 주주비율이 34%로추가 지분매수를 통해 '외국인 회사'가 될 가능성이 높고, 그 경우 일부 대주주가 의사결정 과정에 개입할 수는 있다"며 "그러나 경영권 자체에 관심을 갖지는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재계는 하이닉스가 시도하는 '주인없는 회사' 체제가 한국 산업계에 안착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노효동기자 rhd@yonhap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