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펄이다. 깊숙이 빠져들지는 않는다. 높이 뛰어오르기도 힘들다. 한발을 뺄라치면 다른 발이 더 들어간다. 경기둔화와 기업실적 악화는 이미 충분히 반영됐다고 한다. 또 저점이 가까워졌다는 지적도 여전하다. 그러나 다음 분기에 반환점을 돌 지, 믿음은 희박하다. 서너달 만 지나면 경기가 반등한다는 전망이 우세했다면 증시는 이미 거침없이 올랐을 것이다. 이에 따라 이번주 증시는 박스권에 갇혀 있겠다. 주 초반 약세를 보이다 수요일 반등한다는 가상 시나리오를 하나의 참고로 제시하고자 한다. 종합주가지수는 510대까지 밀릴 수 있다. 20일 이동평균선이 걸쳐 있는 550대에서는 매도를 권한다. 코스닥지수는 70선에서 저항이 예상된다. 이 시나리오를 따를 때 510대에서는 실적호조주와 건설, 금융 등 그동안 소외된 종목을 매수할 만 하다. 지난주 국내 증시는 32개월만의 산업생산 감소, 수출 감소세 심화, 그리고 포항제철과 삼성전기의 실적 저조 등 악재를 견뎌냈다. 지수는 낙폭 과대에 빠른 매수세와 뉴욕 증시의 주 후반 반등에 힘입어 전 금요일 수면 위로 떠올랐다. 지난 금요일 종합주가지수는 541.13을 기록, 주간으로 3.42포인트, 0.6% 올랐고 코스닥지수는 67.46으로 0.38포인트, 0.6% 상승했다. 두 지수는 화요일 장중에는 각각 510선과 61선에 하향접근하기도 했다. 미국 증시는 지난 금요일 혼조세를 보이며 주간으로는 소폭 약세를 기록했다. 8년여중 최저속 경제성장 등 악재의 강도에 비추어 선방했다.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10,416.67를 기록, 1.5% 하락했고 S&P 500 지수는 1,205.82에서 거래를 마감, 0.4% 내렸다. 나스닥지수는 지난 금요일까지 사흘 연속 오른 덕에 2,029.07 보합을 회복했다. 세계 최대 광통신장비업체 JDS 유니페이스는 지난 회계연도 북미 기업 역사상 최대 폭인 506억달러의 손실을 발표했다. JDS 유니페이스는 추가로 7,000명을 자르기로 했다. JDS 유니페이스의 감원 규모는 모두 1만6,000명으로 인원의 55%에 해당한다. 휴렛 팩커드는 이번 분기 매출이 16%까지 줄겠다며 6,000명 감원 계획을 내놓았다. 루슨트는 2만명까지 인원을 줄일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이번주 미국 증시에는 어닝 시즌 폭풍우가 잦아드는 가운데 경제지표가 몰아친다. S&P 500 지수 편입종목 가운데 400개 기업의 실적이 공개됐다. 수익은 톰슨파이낸셜/퍼스트콜 예상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약 17% 감소했다. 수익 감소폭은 10년중 가장 크다. 7월 지표로는 컨퍼런스 보드의 소비자신뢰지수와 구매관리자협회(NAPM)지수, 고용동향 등이 예정돼 있다. 관심이 덜 가는 6월 통계는 개인소득 및 지출, 건설지출, 공장주문 등이 발표된다. 상승 요인으로는 소비자들이 쥐게 되는 세금환급분이 꼽힌다. 미 국세청은 7월 하순부터 세금환급분 390억달러를 납세자에게 발송하고 있다. 이 돈은 당분간 소비심리를 악화되지 않도록 받칠 것으로 예상된다. 소비자들은 그러나 여름 휴가에서 돌아온 뒤엔 다가올 가을과 겨울에 대비하기 위해 허리띠를 졸라맬 공산이 크다. 주요 일정을 살펴보면, 월요일에는 LG전자의 지난 분기 매출과 수익 발표가 잡혀 있다. 월요일 뉴욕은 경제지표도 실적발표도 없이 등락하게 된다. 화요일에는 6월 개인소득 및 지출과 7월 소비자신뢰지수, 시카고 구매관리자 지수 등이 발표된다. 반도체 업체 KLA-텐코와 인터넷 업체 프라이스라인이 경영성과를 내놓는다. 이들 요인은 뉴욕 증시 등락을 통해 8월 1일 수요일 국내 증시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수요일 국내 증시에도 7월 수출입동향과 물가 등 주요 통계가 잇따른다. 7월 수출 감소폭이 26개월중 최악이었던 전월보다 더 커질 것인지 주목된다. 7월 자동차 판매대수도 집계된다. 자동차 판매량은 올해 들어 죽죽 뻗어나가다 6월 한풀 꺾였고 이로 인해 상당 기간 현대차 등이 약세에 머물렀었다. 2일 전경련의 8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가 나온다. 석달 연속 100 위를 유지할지 관심이다. 전날 미국에서는 7월 NAPM 제조업지수와 6월 건설지출 등이 집계된다. 7월 NAPM 제조업지수가 50 아래에서 부진을 가리킬 경우 12개월째를 기록한다. 목요일에는 신규 실업수당 신청자수와 6월 공장주문이 예정돼 있고 장 종료 후에는 월트 디즈니가 실적을 내놓는다. 금요일에는 소비지출이 유지될 지와 관련, 예의 주시되고 있는 7월 고용동향이 발표된다. 이번주에는 SK텔레콤, LG텔레콤, 하나로통신 등 대형 통신업체도 실적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이닉스 반도체의 유동성 문제가 어떻게 가닥을 잡아갈 지도 주시해야 할 요인이다. 한경닷컴 백우진기자 chum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