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방을 둘러봐도 온통 '악재'만이 가득한 나날이다. "더 이상 나올 악재도 없고 호재도 없다"는 어느 증권 애널리스트의 말이 실감나는 요즘이다. 미국발 세계경제 부진과 바닥을 기고 있는 반도체 경기,이렇다할 진전이 없는 대우자동차 등 부실 기업의 처리 문제 등이 한여름 무더위와 맞물려 우리 경제의 '체감 온도'를 한층 끌어올리고 있다. '모멘텀'을 잃은 우리 경제의 무기력함은 증권·금융시장에 여실히 반영돼 있다. 증시는 이렇다할 재료의 부재 속에서 종합주가지수 520∼550의 박스권을 맥없이 오르내리고 있고,채권시장도 지표금리인 국고채 3년물 수익률이 5.5∼5.6%의 박스권에 갇힌 채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 '산전수전'을 다 겪은 시장은 웬만한 재료에도 꿈쩍않을 정도로 둔감성만 키워가고 있다. 32개월 만에 산업활동이 마이너스로 돌아섰다는 지난 주의 메가톤급 뉴스가 시장에서는 아예 재료로서 무시됐던 것이 단적인 예다. 이번 주에도 특별한 재료가 등장하지 않는 한 시장은 휴가철과 맞물려 '나른한 제자리 걸음'을 지속할 것이라는 견해가 우세하다. 이번 주에 예정된 행사 및 발표사항으로는 우선 8월1일로 예정된 '7월 중 소비자물가 및 생활물가 동향'이 눈에 띈다. 하반기에는 안정될 것이라던 정부의 당초 장담과 달리 소비자물가가 7월 중에도 전년동월비 5%대의 고공행진을 이어갔으리라는 전망이 만만치 않다. 물가가 조속히 안정되지 않을 경우 한국은행이 경기 진작을 위해 추가 금리인하 조치 등 취할 수 있는 운신의 폭도 좁을 수밖에 없다. 역시 1일 중 발표될 '7월 수출입실적'도 관심거리다. 주종 수출품목인 반도체의 세계 시황 악화 등으로 인해 수출 감소 행진이 이어질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이 불식될 수 있을 것인지 궁금하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2일 '8월 기업경기동향 조사결과'를 내놓는다. 나라 안팎의 경영환경 악화에 짓눌려있는 기업들의 '체감 지수'를 엿볼 수 있는 자료여서 결과가 주목된다. 기업쪽으로 눈을 돌려보면 3일 소집될 예정인 하이닉스반도체 채권단 회의 결과가 주목된다. 채권 금융회사들은 채무조정 간사회사인 미국의 살로먼 스미스바니사로부터 하이닉스의 회생 가능성에 대한 포괄적 브리핑을 들은 뒤 이자 감면 및 부채의 추가 만기연장 문제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지난주 채권단 서면 결의를 통해 4천억원의 부채를 출자전환키로 한 대우전자 부실 해법이 순조롭게 이행될 수 있을지도 관심있게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채권단 결의대로 출자전환이 이뤄질 경우 현재 10%미만인 채권단 지분이 50%로 늘어나 경영권이 완전히 채권금융회사들 손으로 넘어가게 된다. 채권단은 이를 바탕으로 대우전자 주식에 대한 전면적인 감자조치를 내린다는 계획이다. 이에대한 소액주주들의 강력한 반발이 예상된다. 김정태 주택은행장을 초대 행장으로 확정한 합병 국민·주택은행이 순탄하게 출범할 수 있을 것인지도 이번주에 그 가닥이 잡힐 전망이다. 이학영 기자 ha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