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주택 두 행장의 치열한 경합끝에 26일 김정태(金正泰.54) 주택은행장이 합병CEO(최고경영자)로 최종 낙점됐다. 이는 두 은행의 대주주를 비롯한 합병CEO선정위원회가 구조조정을 강력하게 추진하고 합병은행의 가치를 창출해 두 우량은행의 합병을 성공적으로 이끌어야 한다는 데 무게를 둔 결과로 금융계는 보고 있다. 김 행장은 국제통화기금(IMF)사태 이후 주택은행장으로 취임해 1만2천여명에 이르던 정규직원수를 99년말까지 9천여명으로 20%가량 감축했고 1천700억원의 손실을 감수하며 주은금고 등 3개 부실 자회사를 정리하는 등 과감한 구조조정으로 금융위기의 시기를 극복했다. 그는 또 주주가치 극대화라는 경영철학을 바탕으로 주택은행의 새로운 경영 패러다임을 정립해 주택은행을 환골탈태시키는 개혁을 추진했다. 이사회를 전문성을 가진 사외이사 중심으로 개편하는 등 경영지배구조를 새롭게 구축했고 '세계수준의 일류 소매은행'이라는 비전과 수익을 우선에 두고 규모를 차선에 두는 전략으로 주택은행을 재정비했다. 이 같은 점들이 국민.주택합병CEO선정위가 내세운 '합병은행 초기 구조조정과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인물'로 은행 규모나 합병비율에서 열세에도 불구하고 그가 최종 낙점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또 그는 이미 국내 은행으로서는 최초로 뉴욕증시 상장을 진두지휘한 경험을 가지고 있어 합병은행의 뉴욕증시 재상장을 통한 세계적인 은행으로 발돋움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하지만 '개혁의 전도사'라는 이미지가 탈색되지 않도록 하면서 합병CEO를 내지못한 국민은행 직원들의 박탈감을 어루만져 조기에 조직의 실질적인 통합을 이룬 가운데 초우량 합병은행의 미래를 설계하고 실현해야 할 과제가 그에게 주어져 있다. 그는 총자산이 세계 60위권인 154조원에 이르고 총수신 137조원, 정규직원 2만여명, 영업점포 1천131개의 초대형 은행이 될 합병은행이 조직의 안정 속에서 합병의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도록 이끌어 가야 하는 무거운 책임을 두 어깨에 짊어지게 됐다. (서울=연합뉴스) 한승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