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기업의 상반기 영업실적이 잇따라 발표되면서 그 내용에 따라 주가가 차별화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상반기 실적이 예상보다 크게 악화된 기업들은 주가가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반면 실적호전 기업들은 약세장에서도 상대적으로 안정된 주가흐름을 나타내고 있다. 증시 전문가들은 "현재와 같은 약세장에서 '실적'은 더욱 중요한 투자지표로 활용될 수 있다"며 "실적시즌에 걸맞은 투자전략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주식시장의 반등세가 이어질 경우 낙폭이 컸던 실적호전주의 주가가 서서히 제자리를 찾아갈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과거 실적보다 3·4분기 이후에도 실적호전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종목에 관심을 가질 것을 주문했다. ◇실적따라 주가 차별화=25일 상반기 영업실적을 발표한 포항제철은 악화된 실적 영향으로 8만5천원까지 하락했다. 포철의 실적 둔화는 발표 전 이미 시장에 반영돼 지난 10일 10만3천원을 기록한 뒤 8일 연속 하락세를 보이며 17.4%나 폭락했다.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반도체도 실적발표에 따라 주가가 춤을 췄다. 지난 20일 실적을 발표한 삼성전자의 경우 2·4분기 순이익은 예상치를 웃돌았지만 영업이익이 예상치에 못미친데다 향후 실적이 불투명한 것으로 전망돼 발표 후 이틀간 약세를 나타냈다. 지난 19일 2?4분기 2천6백60억원의 영업손실을 발표한 하이닉스반도체도 이날부터 25일까지 30% 이상 추락했다. 반면 24일 사상 최대 실적을 올렸다고 발표한 LG건설은 이틀 연속 상승세를 기록했다. 신세계 LG전선 등도 7월 이후 약세를 보인 장에서 상대적으로 견조한 흐름을 이어갔다. ◇믿을 건 실적뿐=황창중 LG투자증권 팀장은 "향후 경기가 불투명하기 때문에 상반기 특히 2·4분기 기업실적이 호전된 기업에 매기가 몰리고 있다"며 "반등세가 이어질 경우 낙폭이 큰 실적주가 힘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김석중 교보증권 상무는 "27일 발표되는 미국 2·4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시장기대치만큼 나오고 기업실적 발표가 마무리되면 미국 시장의 불안감은 진정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 경우 국내에서 실적호전에도 불구하고 시장 위험으로 하락한 기업들의 주가가 제자리를 찾아갈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투자전략=전문가들은 실적호전이 주가에 제대로 반영되지 못한 종목에 관심을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기업의 분기별 실적 추이와 업황,증권사 애널리스트의 실적 예상치 등을 꼼꼼히 챙겨 뒀다가 실제 발표내용과 비교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주요 기업들의 경우 실적이 미리 시장에 반영되기 때문에 예상치보다 크게 나아지지 않으면 주가가 오히려 하락하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김석중 상무는 "현금을 확보하고 있는 투자자는 서서히 우량 종목을 저가에 매수해 볼만한 시점이 된 것으로 판단된다"며 "특히 하반기에도 실적이 나빠지지 않거나 호전될 것으로 예상되는 종목에 관심을 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황창중 팀장은 "업종 대표 종목들은 증권사의 예상실적이 미리 나와 시장에 선반영되는 경우가 많다"며 "실적 대비 저가 메리트가 있는 종목은 발표일을 전후로 해 단기매매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양준영 기자 tetri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