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흘만에 주가가 반등했지만 시장의 취약성만 새삼 확인했다. 주가는 나스닥 2000 붕괴라는 악재 앞에 방어선을 뚫리며 3개월 중 최저치인 512선까지 밀렸다. 루머가 난무했을 뿐, 변수는 변함이 없었다. 그러나 지수는 프로그램 매매를 안고 막판 15포인트 가까이 급반등했다. 얼어붙은 투자심리는 선물시장에 종속된 현물시장을 외면했다. 그런 가운데 하이닉스만 투기적 매매의 표적이 돼 거래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천국과 지옥을 오간 하이닉스는 또다시 뜨거운 감자로 주목되고 있다. ◆ 하이닉스, 반등 신호탄일까 = 하이닉스가 나흘만에 반등에 성공했다. 더욱이 주가 마지노선이라던 1,000원선 붕괴 위기까지 몰린 직후 거둔 극적 반등이었기에 눈길을 끌었다. 특히 전날 모건스탠리가 하이닉스의 유일한 생존책으로 채권단의 출자전환을 주장한데 이어 메릴린치가 올해 손실폭을 2조9,000억원으로 전망, IT 비중이 높은 국내 증시에 한층 짙은 먹구름을 드리웠던 탓에 시장의 관심은 각별했다. 이날 1,135원으로 하락 출발한 하이닉스는 장 중 한때 1,040원까지 밀리며 연중 최저치를 경신한 후 장 막판 상한가인 1,370원까지 치솟는 등 장중 내내 외줄을 타는 듯한 아슬아슬한 주가 움직임을 보였다. 장 막판 데이 트레이더의 매수세가 집중된 하이닉스는 단일 종목 사상 최대 거래량인 2억6,971만주를 기록하기도 했다. 종전 기록은 지난 5월 10일 (주)대우가 기록한 1억5,227만주였다. 이날 하이닉스가 보여준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많은 시장 관계자들은 단기 낙폭 과대에 따른 기술적 반등 외에는 큰 의미가 없으며 그 자체도 투기성 매매 때문에 크게 왜곡돼 있다고 설명했다. 김지영 삼성증권 투자정보팀장은 “데이 트레이더의 투기적 매수세에 힘입은 반등에 불과하다”며 “반도체 경기를 둘러싼 주변 여건이 변하지 않은 상황에서 향후 투자 심리를 자극한다거나 하는 긍정적 의미를 찾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하이닉스가 구조조정의 상징 종목이라는 점에서 긍정적 의미도 있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이러 주장은 이날 삼성전자, 아남반도체, 신성이엔지, 디아이 등 반도체 관련주가 하이닉스와 함께 상승 반전했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한 경제연구소 애널리스트는 “장 막판 하이닉스 급등으로 매수세가 자극된 것도 사실”이라며 “실제로 이날 약세를 보였던 반도체 관련주 대부분이 오름세로 장을 마감했다는 것은 의미있는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 프로그램 매매, 양날의 칼 = 프로그램 매수가 지수를 쥐락펴락하고 있다. 지난 20일 1,453억원 이상 출회되며 종합지수를 8포인트 이상 급락케했던 프로그램 매도는 24일엔 1,842억원 대규모 프로그램 매수로 돌변, 지수 반등의 주역으로 역할했다. 이처럼 손바닥 뒤집듯 프로그램 매수와 매도가 오가는 까닭은 향후 경기 전망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선물시장 참가자들의 추가 하락에 대한 경계감과 반등에 대한 기대감이 심하게 엇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현물 시장이 매수 주체, 주도주, 모멘텀을 갖지 못한 상황에서 수급에만 의존하고 있어 프로그램 매수의 영향력은 더욱 강화되고 있으며 이런 추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시장 관계자들은 설명한다. 이날 프로그램 매수를 촉발한 외국인의 선물 순매수 움직임도 함께 눈여겨 볼 대목이다. 외국인은 이날 4,645계약 순매수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달 22일 5,596계약 이후 하루 최대 순매수 규모다. 그러나 외국인의 선물 순매수가 향후 국내 증시에 대한 긍정적 전망에 기초하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이날 외국인이 매수한 1만5,190계약 가운데 9,689계약이 환매수였고 이는 23일 기준으로 1만4,661계약 이상으로 추정되는 누적순매도 포지션을 청산하기 위한 움직임이었다는 설명이다. 즉 이날 순매수에도 불구하고 외국인은 추세 하락에 대비해 선물 매도 후 현물을 줄이는 전략을 고수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누적 순매수 규모가 크게 줄어들면서 시장 부담도 상당히 줄어들었다는 긍정적인 해석도 가능하다. 24일 프로그램 매수는 차익 867억원, 비차익 975억원 등 모두 1,842억원이 유입됐다. 매도는 724억원에 그쳤다. ◆ 굿모닝, 그린스팬 = 앨런 그린스팬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이 24일 상원 은행위원회에 출석, 반기 통화정책을 보고한다. 시장 관계자들은 이날 그의 보고 내용이 지난 18일 하원 금융위원회에서의 발언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면서 이에 대한 뉴욕 시장의 해석과 반응을 지켜볼 것을 당부했다. 그린스팬은 하원 보고에서 미 경제의 침체 속도가 둔화되고 있지만 금리를 추가로 인하해야 할 만큼 위험도 상존하고 있다는 신중한 입장을 밝혔었다. 이 밖에 25일에는 6월중 중고주택판매가, 이튿날에는 2분기 고용비용지수와 6월 내구재주문 등이 발표된다. 27일에는 경기관련 지표 중 가장 관심을 끄는 2분기 GDP 추계치가 6월중 신규주택판매와 함께 발표될 예정이다. 2분기 GDP 성장률은 0.9~1%로 추정되고 있다. 한경닷컴 임영준기자 yjun197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