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앨런 그린스펀 의장의 의회 증언 이후,다음달 열리는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에서 금리가 0.25%포인트 인하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만약 이같은 예상대로 금리가 내릴 경우 올들어 모두 일곱차례에 걸쳐 무려 3%포인트나 인하되는 셈이다. 문제는 지금까지 나타난 미국 경제의 상황을 볼 때 '금리인하 효과가 예전만 못하다'는 점이다. 미국 경기가 확실하게 회복국면에 접어들었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의 경제통계는 아직까지는 없다. 일반적으로 통화정책은 금리와 환율, 자산가격의 세가지 경로(transmission mechanism)를 통해 실물경제에 영향을 미친다. 먼저 금리가 인하되면 기업과 국민들은 대출에 따른 금융비용이 낮아짐에 따라 투자와 소비를 늘린다. 동시에 금리인하는 주가상승을 가져와 소위 '부(富)의 효과'(주가상승→자산소득 증가→소비 증가→성장촉진)와 통화가치의 평가절하를 통해 민간소비와 수출을 촉진시켜 경기를 회복시킨다. 실제로 미 FRB의 거시경제 모형에 따르면 올해들어 5월까지 금리를 2.5%포인트 내림으로써 1년 안에 주가가 22% 상승하고, 장기채 수익률은 0.75%포인트 하락하며, 달러화 가치는 5% 평가절하될 것으로 추정됐다. 그러나 지금까지 나타난 상황을 본다면 주가(S&P지수 기준)는 10% 하락했고, 교역비중을 감안한 '달러화의 실질실효가치(dollar's trade weighted value)'는 7% 절상돼 모형에 의해 추정한 결과와는 정반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왜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 것일까. 여러 원인 중에서 그동안 우리가 알아왔던 '통화정책의 전달경로'가 크게 흐트러지고 있는 점이 가장 큰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무엇보다 종전에는 금리인하가 경기회복에 미치는 영향의 약 40% 정도가 주가와 환율을 통해 나타났는데 최근에는 이 경로가 차단된 상태다. 이는 미 FRB가 경기를 회복시키기 위해서는 통화공급을 더 늘려야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미국 국민들의 부채 부담은 높아지고 제조업가동률은 18년 이래 최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설령 금융비용이 낮아졌다 하더라도 가계와 기업들이 소비와 투자를 크게 늘릴 수 없는 점도 지적되고 있다. 이는 일본처럼 '유동성 함정'에 처하거나, 정책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장기조달비용이 떨어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대부분의 미국 기업과 국민들이 이용하는 대출은 채권수익률에 연동돼 움직인다. 현재 미 채권시장에서 형성되는 수익률은 정책금리보다는 미래의 경기상황과 인플레에 대한 시장의 기대에 따라 움직이기 때문에 금리인하 효과가 반감될 수밖에 없는 배경이다. 마지막으로 미 달러화가 경제여건과 관계없이 강세를 보이고 있는 점을 들 수 있다. 골드만 삭스가 금리 주가 환율을 미 FRB의 거시경제모형에서 도출된 가중치로 평균해 지수화한 '금융사정지수(financial conditions index)'를 보면 경제여건에 비해 고평가된 달러화가 금리인하 효과를 상쇄시키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일본 유럽 한국 등 대부분 국가에서도 금리인하 효과가 약화되고 있는 것이 공통적인 현상이다. 이러한 점을 중시해 최근 들어서는 '통화정책의 무력화(ineffectiveness)' 논의가 대두되고 있다. 그렇다면 통화정책은 이제 무력화 논쟁이 일어날 만큼 효과가 없어진 것일까. 결론부터 말한다면 'NO'다. 만약 미 FRB가 올해 들어 금리를 내리지 않았다면 주가와 경기는 지금보다 더 침체됐을 것으로 보는 것이 월가의 지배적인 시각이다. 그 동안 금리를 내렸기 때문에 민간소비를 중심으로 경기가 회복될 조짐을 보이고 있으며, 또 주택시장도 활황세를 보이게 됐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따라서 지난 4월 '통화정책의 전달경로'라는 주제로 열린 뉴욕 컨퍼런스에서 발표한 논문(The Monetary Transmission Mechanism: Has it Changed, by Jean boivin and Marc Giannoni)의 주장처럼 80년대 이후 금리인하 효과는 줄어들었지만, 통화정책의 효과는 여전히 유효하다고 볼 수 있다. 각국 중앙은행들이 침체된 증시와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이 시간에도 금리인하 시기와 폭을 놓고 고민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전문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