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약세장에 쐐기를 박았다. 삼성전자의 낙폭은 크지 않았지만 종합지수 540대를 지지선 삼은 반등 시도를 무위로 돌려놓기에는 충분했다. 20일 증시는 마이크로소프트가 이번 분기 매출 전망을 하향한데 이어 삼성전자가 실망스러운 분기 실적을 발표하자 힘 한번 써보지 못한 채 540선 아래로 가라앉았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악재에다 노텔네트웍스가 사상 최대 손실을 기록했다는 발표가 전해지면서 전날 미국 증시 반등은 재료 가치를 상실했다. 나스닥선물은 내내 40포인트 안팎 약세를 가리켰다. 외국인과 개인의 선물 매도에 따른 프로그램 매물이 장세를 더욱 취약하게 만들었다. 20일 종합주가지수는 537.71로 전날보다 8.03포인트, 1.47% 하락 마감했다. 종합지수가 540선 아래로 떨어지기는 지난 4월 17일 513.97 이후 13주 중 처음이다. 코스닥지수는 전날보다 1.30포인트, 1.90% 떨어진 67.08을 가리키며 거래를 끝냈다. 지난 4월 10일 64.56 이후 가장 낮은 수준. 조용찬 대신경제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실적에 따른 하락 국면은 이제 어느 정도 마무리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다음 주 국내 증시는 추가 하락 보다는 반등 쪽에 무게를 둘 것”이라고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그는 반등의 배경으로 △ 국민-주택은행 행장 선임, 대우차 및 현대투신 구조조정 가속화 등 재료 부각 △ 외국인 매수 시점 임박 △ 아시아 지역의 환율 및 증시 안정 추세 △ 실질금리 하락에 따른 증시 자금 유입 움직임 등을 꼽았다. 거래량과 상승종목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는 등 기술적으로도 상승쪽에 조심스럽게 무게를 실어야 할 때라고 그는 설명했다. 하이닉스 거래량이 폭발, 거래량은 전날보다 다소 많았다. 거래소에서는 2억7,278만주, 1조1,304억원 어치가 손을 옮겼고 코스닥에서는 2억6,792만주, 1조2,409억원 어치가 거래됐다. 외국인과 개인 매도 공세를 받은 지수선물 9월물은 전날보다 1.05포인트, 1.56% 하락한 66.25로 거래를 마쳤다. 시장베이시스는 백워데이션으로 전환, 마이너스 0.01을 가리켰다. 이에 따라 프로그램 매도가 매수를 압도했다. 매도는 차익 655억원, 비차익 797억원 등 모두 1,453억원을 기록했다. 반면 매수는 323억원에 그쳤다. 이날 외국인은 선물시장에서 3,443계약, 1,139억원 순매도를 기록했다. 개인은 493계약, 169억 어치를 팔아치웠다. 반면 기관은 3,709계약, 1,230억원 어치를 사들였다. 개인과 외국인이 선물시장에서와는 반대로 현물시장에서는 나란히 순매수를 기록했다. 개인이 391억원 어치 사들였으며 외국인은 나흘만에 210억원 매수 우위를 나타냈다. 반면 투신이 앞장선 기관은 554억원 매도 우위를 기록했다. 삼성전자가 실적 악재 노출로 상승 반전에 실패했다. 전날보다 1,000원, 0.56% 하락한 17만6,000원에 거래를 끝냈다. 이와 관련 대우증권 전병서 수석연구위원은 "1,400억원 정도로 추정되는 지분법 평가이익으로 이익이 9,000억원을 넘어섬에 따라 주가 하락에 버팀목을 댔다"면서도 "실적악화 우려가 짙어지고 있는 점이 문제"라고 말했다. 메리츠증권 최석포 연구위원은 "D램 뿐만 아니라 플래시 메모리, 시스템LSI 등 반도체 전부문 실적이 당초 기대를 밑돌았다"며 "윈도 XP 출시 등으로 반도체가격의 기술적 반등은 가능하겠으나 본격적인 회복은 내년 2분기에나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SK텔레콤, 한국통신 등 대형통신주를 비롯해 한국전력, 포항제철, 현대차 등 시가총액 상위 종목 대부분 종목이 내림세였다. 특히 포항제철은 또 다시 실적 전망 하향 조정설이 흘러 나오면서 낙폭을 키웠다. 기아차는 저가매수세와 외국인 매수세에 힘입어 열흘만에 상승 반전에 성공했다. 담배인삼공사는 막판 은행권의 집중매수로 상승 마감, 눈길을 끌었다. 부도설 이후 약세를 벗어나지 못하던 KDS가 대규모 거래량을 동반하며 상한가에 뛰어 올라 관심을 모았다. 웅진닷컴은 순이익이 지난 해 같은 기간보다 125% 늘어났다는 발표에 힘입어 강세를 보였고 큐엔텍코리아는 최대 주주 교체를 재료로 9% 이상 급등했다. 대한항공, 국보, 세양선박 등이 오름세를 보인 운수창고 업종이 유일하게 강보합세를 보였을 뿐 나머지 업종은 모두 하락했다. 비금속광물, 운수장비, 전기가스, 의료정밀 순으로 낙폭이 컸다. 하락 종목이 537개로 상승 종목 247개의 두 배를 넘었다. 코스닥시장에서도 기업은행을 제외한 시가총액 상위 10개 종목 대부분이 약세를 벗어나지 못했다. 다음, 새롬기술, 한글과컴퓨터 등 인터넷 관련주는 전날 강세를 접고 1~3% 떨어졌다. 한경닷컴 임영준기자 yjun197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