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와 삼성전자가 사고를 치고 말았다. 약해질대로 약해진 체력으로 힘겹게 540선을 지탱하던 국내 증시가 두 대표기업의 실적 충격으로 힘없이 무너지고 있다. 지난주만해도 자신감에 넘쳤던 마이크로소프트는 다음 분기 매출 및 순이익을 한단계 하향 조정, 기대를 실망으로 대체했다. 마이크로소프트와 4시간 시차를 두고 2/4분기 실적을 발표한 삼성전자는 '3분기에도 반도체 회복은 힘들다'는 비관적 전망을 확인하며 시장에 부담으로 다가섰다. ◆ 문제는 전망 = 마이크로소프트가 19일 뉴욕증시 마감 직후 지난 분기 투자 손실을 포함해 6,600만 달러, 주당 1센트의 순익과 매출 65억8,000만달러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하향 조정된 월가의 예상치를 충족하는 실적이었지만 시장의 관심은 이 달부터 시작되는 회계연도 1/4분기 전망이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당초 전망치인 45센트를 크게 밑도는 39~40센트의 순익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 동안 야심차게 준비한 차세대 운영체제 윈도XP 및 X박스 비디오게임 출시에도 불구하고 전망치를 낮춤에 따라 시장의 실망은 더욱 컸다. 삼성전자 2분기 실적은 반도체경기 침체 우려와 맞물리면서 투자심리에 추를 하나 더 얹었다. 2분기 매출 8조원, 영업이익 6,000억원, 세전이익 9,500억원을 기록했다. 세전이익은 지난 1분기보다 39% 급감한 수준이다. 특히 반도체 부문의 영업이익이 지난 1분기 1조300억원에서 2,600억원으로 75% 급감한 것으로 발표, 그 동안의 우려가 현실로 확인됐다. 이미 시장가격이 생산원가 이하로 추락한 64 및 128메가D램 등 싱크로너스D램 뿐 아니라 상대적인 희망을 걸었던 램버스D램 등 다른 부문에서도 실적악화가 진행되고 있음이 확인됐다. 결국 지금과 같은 추세가 이어질 경우 3분기 적자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주장이 이날 실적 발표로 설득력을 얻기 시작했다. ◆ 프로그램, 약세장서 기승 = 수급상황이 취약하거나 시장의 기초 체력이 약해질 때마다 프로그램 매매의 위력이 드러난다는 것이 증시의 정설이다. 20일 국내 증시에서는 프로그램 매물이 실적 충격파를 타고 시장을 관통하고 있다. 프로그램 매물은 낮 12시 10분 현재 차익 449억원, 비차익 600억원 등 모두 1,050억원 이상 출회되고 있다. 김지영 삼성증권 투자정보팀장은 "선물 약세에 따른 프로그램 매물로 지수 하락 압력이 커지고 있다"며 "그러나 시장베이시스가 소폭이나마 콘탱고를 유지하고 있어 추가 하락 여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선물 약세는 외국인 순매도 규모가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전날 7,000 계약 가까이 신규매수했던 외국인은 이날 전매도 3,000계약, 신규매도 6,000계약 가까이를 출회하고 있다. 한경닷컴 임영준기자 yjun197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