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가 속절없이 흘러 내리고 있다. 18일 종합주가지수는 장중 한때 540선이 붕괴되기도 했다. 들려오는 소식이라곤 오직 악재뿐 호재를 찾기 힘들다. 거래량과 거래대금마저 급감,증시는 이미 '여름방학'에 들어간 분위기다. 무더운 여름 날씨만큼이나 축 늘어진 증시에 생기를 불어넣기 위한 단기적 조건은 크게 두 가지다. 미국 증시가 회복세를 보이거나 대우자동차 매각 및 현대투신 외자유치 성사 등 기업구조조정이 가시화되는 것이다. 그러나 단기간에 이런 돌파구가 형성될 것으로 예상하는 전문가는 드물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이럴 때일수록 '주식을 싸게 사는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보수적인 매매태도는 여전히 유효하지만 지나친 비관론에 빠질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악화되는 미국 경기=17일(현지시간) 미국 주가는 올랐다. 그러나 한국 주가는 초반의 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하고 하염없이 뒷걸음질치고 말았다. 이른바 '역(逆)인텔 효과' 때문이다. 인텔은 미국 증시가 끝난 뒤 2·4분기 주당순이익(EPS)이 12센트라고 발표했다. 시장예상 EPS(10센트)를 웃도는 수준이다. 그러나 인텔은 3·4분기 이후 실적이 악화될 것으로 전망해 한국 등 동남아 증시의 맥을 빼버렸다. 역인텔 효과는 미국 경기가 쉽게 동면에서 깨어나지 못할 것임을 의미한다. 실제 올 들어 미국이 금리를 6차례나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미국 경기는 제자리 걸음이다. 지난 6월 중 미국 산업생산은 전월 대비 0.7% 감소,9개월 연속 하락세를 기록했을 정도다. ◇세계 증시 불안 도미노=미국 경기 침체는 세계 경기 침체를 야기하고 있다. 가까스로 모라토리엄(채무불이행) 위기를 넘겼다고는 하지만 아르헨티나는 여전히 지뢰밭을 걷고 있다. 외환보유액이 2백75억달러에 불과한 반면 순외채는 8백80억달러에 달하니 위기를 쉽게 벗어나기 어려운 형국이다. 뿐만 아니다. 미국 경기,특히 정보기술(IT) 산업의 침체는 수출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증시에 직격탄을 날렸다. 한국과 산업구조가 비슷한 대만의 가권지수는 7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 중이다. ◇호재가 드문 국내 여건=세계 경제가 좋지 않으면 국내 여건이라도 나아져야 하지만 사정은 그렇지 못하다. 정부가 지난 16일 국내 경기 부양 정책을 천명했지만 주가는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더욱이 진념 부총리가 18일 아침 "적자재정을 통한 대대적인 경기 부양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발언함으로써 경기 부양책에 대한 기대감마저 꺾어버렸다. 관건은 대우자동차 매각 및 현대투신의 외자유치 성사 여부다. 만일 대우자동차가 매각되거나 현대투신의 외자유치가 성사될 경우 국내 증시는 한번의 모멘텀을 가질 수 있다. ◇한번쯤은 긴 호흡이 필요한 시점=이런 여건을 감안할 때 좀 더 중장기적인 투자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비록 주가가 미끄러지고 있지만 국내외 기업의 실적 악화가 어느 정도 반영된 만큼 추가 급락 가능성은 낮다는 전망이 여전히 많다. 박준범 LG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외환위기만 없다면 주가가 530 이하로 흘러내리지는 않을 것"이라며 "주가 하락과 함께 다시 가격메리트가 부각되고 있는 만큼 중장기 투자자의 경우 우량주식을 싸게 사는 기회로 활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영춘 기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