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가 침체의 수렁에서 좀처럼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종합주가지수는 지난 5월29일 연중최고치인 632.05를 기록한 이래 내리막길로 접어들어 5백40선 언저리까지 주저앉았다. 이에 따라 이 기간중 종합주가지수 하락률은 16.9%에 이르고 있다. 그렇지만 이같은 약세장에서도 선전하는 종목들이 있다. 이들중 일부는 지수의 등락에 구애받지 않고 줄기찬 상승세를 보이고 있어 암울한 장세 속에서도 한줄기 희망을 주는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수에 역행하는 종목들 증시는 연초이후 지금까지 크게 세번의 하락국면을 보여 왔다. 첫번째는 지난 1월22일∼2월7일까지로 종합주가지수는 이 기간중 8.2% 하락했다. 2월20일∼4월10일(하락률 19.3%), 5월29일∼7월16일(하락률 16.9%) 등이 뒤를 잇고 있다. 그러나 일부 업종의 경우 이같은 침체장에서 오히려 빛을 발했다. 제약 음식료 유틸리티(전력가스)업종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업종은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약해질 때마다 경기방어적인 성격이 부각돼 약세장이 거꾸로 주가 상승의 기회로 작용하고 있다. 제약업종에서는 올 상반기 영업이익이 전년동기보다 80% 이상 급증한 유한양행과 의약분업 이후 괄목한만한 성장을 보이고 있는 대웅제약 등이 5월29일 이후 조정장세에서도 15∼30%의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 또 가스업종에서는 삼천리가 19.4%, 부산가스가 11.1%의 양호한 주가 상승을 이뤄내고 있다. 음식료 부문에서는 업종 대표주인 농심이 라면값 인상을 계기로 2.1% 올랐으며 동양제과도 신제품 '예감'의 판매호조 등에 힘입어 지수대비초과 상승률을 보이고 있다. 지수 방어 종목들 증시의 부침과 무관하게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는 종목들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특히 요즘처럼 지루한 횡보장세가 지속돼 증시 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에서는 견실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종목들에 기댈 수밖에 없다. 태평양 웅진닷컴 현대모비스 신세계 현대자동차 한라공조 아세아시멘트 등은 연초 이후 세번의 하락기에도 아랑곳 않고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종목들이다. 이들은 경기에 상대적으로 둔감한 내수 우량주,환율상승등에 따른 실적 호전,외국인 매수세의 지속적인 유입 등의 특징을 갖고 있다. 태평양은 실적호전과 외국인 매수세를 바탕으로 '태평양칩'이라는 신조어를 낳으며 연초이후 주가가 무려 1백63%나 폭등했다. 신세계도 대표적인 내수 우량주로 지목되며 지난 99년 8월 이후 처음으로 10만원선 회복을 목전에 두고 있다. 환율 상승에 따라 실적이 큰폭으로 호전되고 있는 자동차 관련주들의 고공행진도 돋보인다. 현대자동차 현대모비스 등은 상승기 하락기를 가리지 않고 연초 이후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약세장에서의 투자 전략 기업내용을 보고 약세장을 버틸 수 있는 "믿음직스러운 종목"들을 발굴하는 자세가 가장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불확실한 정보나 재료에 의한 뇌동매매는 삼가야 하며 막연한 "바닥찍기"식 투자도 금물이라고 전문가들은 충고하고 있다. SK증권 현정환 연구원은 "기술적 반등이 있을 수 있지만 타이밍을 맞추기는 여전히 어려운 상황"이라며 "당분간 제한된 범위내에서 등락이 거듭된다고 볼 때 두각을 나타낼 수 있는 종목은 지수역행적 또는 지수방어적 종목들 뿐"이라고 말했다. 현 연구원은 또 약세장에서는 일정한 현금보유와 유연한 종목교체 자세도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현금이 부족하거나 손실이 너무 커질 경우 막상 반등 시점이 와도 종목교체나 신규 매수가 어려워지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윤성민 기자 smy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