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기업 최대주주의 잦은 변경은 장외 기업의 코스닥시장 우회등록(백도어 리스팅) 붐이 직접적인 배경이 되고 있다. 경영 실패 또는 수익모델의 한계에 부딪친 최대주주와 코스닥 등록기업의 '간판'을 취득해 우회적으로 코스닥시장에 진출하려는 장외 기업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IHIC 경우미르피아 태창메텍 유니씨앤티 등은 올들어 최대주주 변경을 전후해 A&D(인수 후 개발)를 이용한 백도어리스팅 재료가 흘러나오며 주가가 급등세를 탔던 기업들이다. 매도 타이밍만 잘 잡으면 지분을 판 최대주주와 지분을 매입한 인수자 모두 거액의 평가차익을 올릴 수 있었다는 얘기다. ◇지분매각은 주로 장외에서=최대주주의 지분 매각은 주로 장외 거래를 통해 이뤄진다. 코스닥 T기업 등 일부 기업은 지분매각 후 A&D를 재료로 주가가 급등하자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이 장내에서 지분을 처분,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인터리츠의 최대주주인 김석우씨는 지난 6월께 12.72%의 보유 지분을 장외에서 전량 처분했다. 또 테크원 세종하이테크 보양산업 등도 최대주주가 장외에서 보유 지분을 전량 매각한 사례로 꼽힌다. 특히 세종하이테크는 코스닥 기업의 '간판값'이 어느 정도인지를 가름해볼 수 있는 케이스다. 지난 5월초 세종하이테크를 인수한 파나마법인 소너스마린에스에이와 국내 컨설팅사인 벤처가이드는 자체 산정한 회사본질가치 3천원과 시가 7천원 사이에서 최대주주 최종식 사장과 인수가를 놓고 연초부터 지루한 줄다리기를 했다. 그러나 최종 인수가격은 등록프리미엄을 감안해 주당 1만원대로 결정됐다. 벤처가이드 김희인 사장은 "인수가가 회사본질가치에 비해 턱없이 비쌌지만 막판에 다른 코스닥 기업과 장외 기업이 협상에 뛰어들며 가격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유상증자와 전환사채(CB)도 이용된다=경영권을 양도할 때 제3자 배정방식의 유상증자도 애용되는 수법의 하나다. 주로 최대주주의 지분 구조가 취약할 때 이용된다. 프리챌홀딩스(옛 대정크린)는 최대주주가 10.78% 중 8.95%를 프리챌에 장외 매도하는 동시에 제3자 배정방식의 유상증자를 실시했던 사례다. 이같은 방식을 통해 프리챌의 지분율은 경영권 확보에 충분한 48.44%로 높아졌다. 전환사채(CB)를 이용한 방법도 있다. 쌈지 데코 대원에스씨엔은 사채 인수권자의 전환권 청구로 최대주주가 바뀌었다. 현재 코스닥 기업들은 자금 마련을 위해 국내외 CB 등의 발행을 남발하고 있어 지분 구조가 취약한 기업들의 경우 전환권 행사시 경영권이 위협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점=최대주주의 잦은 교체로 코스닥의 신뢰가 땅에 떨어지고 있다. 회사 내용은 그대로이면서 최대주주 변경만으로 A&D 백도어리스팅 등 갖가지 구실을 내세운 '머니 게임'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바른손 IHIC 등은 A&D 실험이 실패로 끝난 후 최대주주가 바뀐 기업이다. 특히 바른손은 최대주주가 손을 바꿔가며 틈이 날 때마다 지분을 장내에서 처분,올들어서만 최대주주가 여섯번이나 바뀌는 해프닝을 연출하고 있다. 구조조정 전문회사인 캐피탈웍스 인베스트먼트 이진행 팀장은 "코스닥 기업의 특성상 장내외 기업간 '짝짓기'의 성공 여부가 생존 여부를 판가름하게 된다"면서 "그러나 단순히 이익을 실현하기 위한 최대주주 교체는 시장의 불신만 살 뿐 순수한 의미의 M&A시장을 크게 위축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손성태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