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이 12일 오전 이사회에서 현대석유화학 출자지분(11.63%)에 대한 완전 감자를 받아들이기로 의결함에 따라 현대유화는 공장가동 전면 중단이나 법정관리로 가는 최악의 국면은 가까스로 모면할 수 있게 됐다. 현대건설이 지분감자에 동의함에 따라 이날 현재 현대유화 채권단의 완전감자요구에 응한 대주주사 및 개인 지분은 최대주주인 현대중공업(49.87%), 현대종합상사(6.95%)을 합쳐 총 75.48%에 달해 상법상 특별 감자결의에 필요한 주식의결 정족수 3분의 2(66.6%)를 무난히 넘어섰다. 이로써 현대유화에 총 2조6천억원을 빌려준 채권단이 오는 10월까지 이 회사에 6천221억원의 긴급유동성을 제공하는 세가지 전제조건으로 제시한 ▲대주주지분 완전감자 ▲현 경영진 퇴진 ▲노조의 구조조정 동의서 제출이 모두 충족됐다. 현대건설과 전날 완전감자에 동의키로 한 현대백화점(지분율 1.34%)은 적법절차를 밟아 이르면 12일중 경영권 및 주식지분 포기 각서를 한빛은행을 주채권은행으로 하는 채권단에 제출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우 채권단은 앞서 약속한 수입신용장(L/C) 개설한도 2억5천만 달러와 긴급자금지원 850억원을 금명간 시작할 것으로 예상돼 현대유화의 충남 대산공장이 전면 가동중단되는 사태는 오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유화는 채권단이 L/C를 개설해주지 않아 석유화학 기초원료인 나프타를 들여오지 못해 기존 나프타 재고 3만t이 바닥나는 주말께면 1, 2 공장 모두를 가동 중단해야 할 위기에 처해 있었다. 채권단도 앞서 일부 대주주들이 완전감자 요구에 끝내 불응, 완전감자 결의 주식정족수가 충족되지 않으면 현대유화의 법정관리를 신청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밝혔었다. 현대유화측은 긴급유동성을 제공받는 것을 계기로 그동안 꾸준히 진행해온 회사차원의 구조조정과 경비절감, 경영정상화 노력에 더욱 박차를 가할 계획이라고 밝히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경비절감을 위해 중국 베이징, 상하이, 홍콩, 인도네시아 등 9개 지사에 나가 있는 주재원을 감축, 현대 본사로 불러들이고 있는 중이며 남아있는 직원들의 직급도 하향조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회사는 또 채산상이 없는 것으로 판단된 미 휴스턴 지사는 지난 9일부터 아예 폐쇄키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또 금년초부터 가동해온 비상경영체제의 일환으로 최근 회사 자문역 5명 전원을 해임하고 대산공장앞 직영주유소를 현대정유에 매각, 임차해 쓰는 방식으로 경비를 절감했다. 대주주들의 완전감자 동의를 꾸준하게 요구해온 현대유화 노조역시 '일단 회사부터 살려놓고 보자'는 기치아래 노사가 최대한 협력, 경영을 정상화하는데 노력할 뜻을 나타냈다. 현대유화가 이번 고비를 넘김으로써 한동안 주춤했던 이 회사의 매각협상도 급물살을 탈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유화는 그동안 롯데그룹계열사인 호남석유화학과 덴마크의 다국적화학회사인 보리알리스사와 그동안 매각협상을 벌여왔으며 최근에는 다른 국내 10여개 석유화학업체들과도 매각협의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현대유화 관계자는 "지난 5월 서울 본사를 방문해 직접 협상을 가진 보리알리스의 경우 지난달 28일 이사회를 열어 현대유화 매입문제에 대한 입장을 정리했으며 빠르면 다음주중 매입에 관한 제안서를 전달해올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유택형기자 apex200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