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자금이 단기부동화되는 추세가 뚜렷한 가운데 만기 5년 이상인 장기채권에 거액자금이 몰리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이는 금융소득종합과세를 앞두고 거액자산가들이 절세용으로 장기채권에 투자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다. 8일 금융계에 따르면 산업은행채권, 국민주택1종, 지역개발채, 은행의 후순위채 등 만기가 5년이 넘는 장기채에 대한 개인들의 수요가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산업은행 일선 영업점포에서 개인들에게 판매한 5년만기 산금채 규모는 지난 3월 3백56억원에서 4월 4백17억원, 5월 4백40억원, 6월 5백18억원 등으로 늘어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최근들어 만기 2∼3년짜리 산금채보다 5년짜리 채권 수요가 잇따르고 있다"면서 "올해부터 적용되는 금융소득종합과세를 피하기 위해 절세 수단으로 장기채권을 매입하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현행 금융소득종합과세 규정에는 채권의 표면 만기가 5년 이상이면 분리 과세를 선택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산금채 외에 국민주택1종, 지역개발채권 등 5년짜리 장기채권도 증권사 창구를 통해 꾸준히 팔려 나가고 있다. 동양증권 채권영업팀 한 관계자는 "최근들어 5억∼6억원어치의 장기채권을 매입하는 고객이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면서 "하루평균 20억∼30억원어치가 팔린다"고 말했다. 삼성증권 FP(재무설계)팀 관계자도 "표면만기가 5년 이상이면서 남은 기간이 2∼3년인 경과물을 분리과세 목적을 위해 매입하는 고객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고 밝혔다. 시중은행이 발행한 후순위채가 불티나게 팔려 나가는 것도 거액자산가들의 종합과세 회피용 자금수요가 한 몫 했다는 분석이다. 시중은행들은 지난 5∼6월 두 달간 1조5천억원 규모의 후순위채(만기 5∼7년)를 발행했으며 이들 채권은 시판 즉시 매진됐었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