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호황의 끝자락에 처한 미국 경제. 최후의 보루로 남은 소비가 벼랑에 몰렸다. 기업이 수익 급감에 대응, 급여 삭감은 물론 살아남기 위한 과감한 군살빼기를 감행하고 있다. 벌이가 시원찮아지거나 실업급여에 의존해야 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어, 예전과 같은 활발한 소비는 기대하기 어렵다. (감세안에 따른 세금환급 효과가 크지 않음은 5월 4일자 투자전략 '인디안 섬머' 참조) 한편 이같은 연쇄를 전제로 할 때 '실업은 경기를 뒤따라오는 지표이기 때문에 실업률 악화에 연연해하지 않아도 된다'는 일부 주장은 설득력을 잃는다. 소비가 홀로 총수요를 유지하고 있는 현재 미국 경제에 관한 한, 실업은 선행지표로 읽어야 한다. 주간 신규 실업수당 신청자 수가 전주보다 늘어 40만명에 육박했고 특히 전체 실업수당 수혜자 수는 지난 92년 이후 처음으로 300만명을 돌파, 302만7,000명으로 집계됐다. 6월 비농업부문 일자리는 예상의 약 세 배인 11만4,000개 줄었다. 실업률은 다시 4.5%로 높아졌다. 고용사정 악화는 6월 소비자신뢰지수, 5월 신규주택판매 등 측면에서 호조를 보이던 소비 관련 지표를 악화 쪽으로 몰아갈 것으로 예상된다. 9일 월요일에는 장 종료와 함께 5월 소비자신용이 발표된다. 벌이보다 씀씀이를 크게 가져가던 기존 소비행태에 변화가 나타났는 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목요일에는 주간 신규 실업수당 신청자 수가 나오고 6월 체인점 매출이 발표된다. 다음날엔 6월 소매판매와 함께 7월 미시건 대학 소비자신뢰지수가 예정돼 있다. 미국 경제를 약하나마 성장으로 이끌었던 소비가 둔화되는 가운데 뉴욕증시는 이번주 '고해성사'와도 같은 분기실적 발표에 돌입한다. 테이프 컷팅은 빛이 바랬다. 다우존스 지수 편입 종목 가운데 맨 앞에서 경영 성과를 발표한 알코아는 기대를 뛰어넘는 수익을 내놓고도 급락장세에 밀리고 말았다. 이번주에는 인터넷, 소프트웨어, 이동통신, 반도체, 네트워크 등 기술주 전 업종에서 실적발표가 잡혀 있다. 화요일에는 더블클릭이 장 종료 후에 분기 '손실 규모'를 내놓는다. 지난주 수익감소를 경고한 레이셔널 소프트웨어도 실적을 공개한다. 수요일 장 마감 뒤 모토롤라와 야후가, 목요일에는 AMD, 주니퍼 네트웍스, 램버스 등이 매출과 수익을 발표할 예정이다. AMD는 지난 목요일 장이 끝난 다음 '분기 매출이 기대에 9% 미달하고 주당 순이익은 기대치 27센트와 더욱 거리가 먼 3∼5센트에 불과할 것'으로 우려한 바 있다. AMD는 지난 1/4분기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을 9% 신장하며 애널리스트들의 기대치 33센트를 웃도는 주당 37센트의 이익을 냈었다. 인텔이 일으킨 '4월 랠리'를 거들었던 AMD였던 만큼 실망도 컸고, 지난 금요일 뉴욕증시 투자자들은 반도체를 비롯한 기술주에 무차별적인 매도공세를 퍼부었다. 목요일 장 종료 뒤 나오는 AMD의 실적에 뉴욕증시가 어떻게 대응할지 주목되는 까닭이다. 6일 뉴욕증시는 AMD와 저장장치 업체 EMC가 쏜 실적경고와 실업률 상승에 피격, 침몰했다. 나스닥지수는 2,000선을 가까스로 지켰다. 다우존스 지수는 전날보다 227포인트 급전직하했다. 이번주 미 증시는 나스닥 2,000선 저가매수세를 끌어들이면서 반등을 시도할 것으로 본다. 나스닥이 나흘째, 다우는 사흘 연속 하락한데 따른 반발매수도 예상된다. 매수의 논리적인 근거는 충분하다. 소비관련 지표 저조가 예상되지만 당장 이번주 모두 악화를 가리키라는 법은 없다. 6월 하순 반등 기미를 내비친 내구재주문, 경기선행지수 등이 저력을 발휘할 가능성도 있다. 또 실적부진도 이미 익히 알고 있는 얘기일 뿐, 눈은 멀리 오는 4/4분기에 두라는 권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그러나 지난 4월과 같은 랠리는 기대하지 않는 편이 낫다. 우선 기습적인 금리인하의 확률이 희박하다. 게다가 신경제론자들이 경기반등 시점을 하반기에서 4/4분기로 미뤄 구체화한 뒤 단기 경제회복에 대한 믿음에 금이간 상태다. 경기가 예상보다 늦게 내년 상반기에 바닥을 본다고 가정할 때, 더 값싸질 주식을 현 시점에 사들일 필요가 없다. 국내 증시는 별다른 이정표 없이 뉴욕만 바라보며 등락하겠다. 주 초반에는 뉴욕과 나란히 반발매수세가 예상된다. 국민연금이 추가로 2,800억원을 투입할 경우, 낮아진 지지선이지만 굳건히 지키리라는 기대를 뒷받침할 수 있다. 종합지수 600선 언저리를 고점으로 잡고 단기매매에 치중하는 접근이 바람직하다. 한경닷컴 백우진기자 chum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