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가 '거래 가뭄'에 시달리고 있다. 거래량이 줄어든다는 것은 투자자들의 시장 참여가 줄었다는 것으로 약세장의 전형적인 특징 중 하나다. 그러나 최근 거래량 급감을 하락장에 대한 전주곡보다는 추세 전환의 신호탄으로 분석하는 증권 전문가들이 많다. 4일 증권거래소와 업계에 따르면 이날 거래량과 거래대금이 2억2천6백70만주와 1조1천7백30억원에 그치는 등 이달 들어 거래량이 연일 2억여주 수준을 기록하는 거래 부진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거래량이 3억주를 밑돌기 시작한 것은 지난달 28일부터다. 이날까지 거래일 기준으로 벌써 5일째다. 지난달 29일과 지난 2일에는 이틀 연속 거래량 연중 최저치를 경신했다. 최근 거래량은 지난 6월 일평균 거래량 3억6천3백만주에 크게 못미친다. 종합주가지수가 지금보다 훨씬 낮았던 작년 말과 연초는 물론 연중 바닥을 찍었던 지난 4월10일(2억6천1백93만주)보다 적다. 주문 수량도 급감 추세다. 일별 호가(주문)건수는 지난달 28일부터 70만건 수준으로 떨어져 지난 2일에는 70만9천여건에 불과했다. 지수가 520.95포인트였던 연초와 491.21로 연중 최저였던 4월10일에도 호가건수는 74만4천여건과 75만6천여건으로 최근보다 많았다. 연중 고점(5월29일,632.05) 전후인 5월24일부터 5월31일까지 하루를 제외하고는 호가건수가 1백만건을 넘었던 것과 대조된다. 거래량 급감 원인으로는 지수 향방에 대한 신뢰 부족과 시장 주도주 및 주도세력 부재에 따른 투자자들의 관망세가 첫 번째로 꼽힌다. 7월부터 액면가 미만 주식 매매에 대해 거래세를 부과한 것도 당일매매(데이 트레이딩)를 줄였다. 증시 전문가들은 그러나 거래량 급감 추세가 바닥 다지기를 통한 추세 전환의 신호일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대신경제연구소 나민호 팀장은 "최근 증시가 한 달 가까이 횡보한데다 액면가 미만 종목 매매에 거래세까지 부과돼 거래량이 줄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면서 "거래량 급감이 하락의 전주곡이라기보다는 추세 전환의 신호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이건호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