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가 무더위 속에 맥을 추지 못하고 있다. 미국 경제지표가 잇달아 호전 신호를 보내며 경기회복 기대감을 되살렸지만 관망 분위기가 열대야처럼 장을 휘감았다. 경기회복이나 뉴욕증시에서 더 뚜렷한 신호가 나타날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심리가 강했다. 4일 증시도 새로운 궤도를 형성해나가기는 어려울 듯하다. 호재든 악재든 증시를 움직일 내부 요인이 전무하다시피 한 상황에서 뉴욕증시도 방향제시를 재차 미룰 것으로 관측되기 때문이다. 화요일에는 5월 공장주문 등이 예정돼 있다. 4월 3.0% 감소에서 1%대 상승으로 반전이 점쳐진다. 하지만 6월 구매관리자협회(NAPM) 제조업지수가 나왔기 때문에 큰 영향을 주기 어렵다. 전날 장 종료 후 나온 실적 부진과 감원 소식이 지수의 급등을 가로막고 있다. 화학업체 듀폰이 지난 2/4분기 수익저조 우려를 냈고 IBM은 컨설팅 사업부문에서 1,000명을 감원하겠다고 밝혔다. 또 독립기념일을 앞두고 오후 1시에 장이 앞당겨 마감, 투자자의 참여도 활발하지 않을 전망이다. 시장 관계자들은 뉴욕증시가 금요일 6월 실업률이 발표되기 전까지 기간조정 국면을 거친 뒤 다음주 본격적인 실적발표와 함께 방향을 잡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따라서 주 초반의 '재미없는' 좁은 박스권 장세가 수요일에도 지속된다는 의견이 많다. 단숨에 600선 위로 치달을 만한 동력도 없지만 지난 5월 이후 다져온 580선에 대한 지지력이 어느 정도 공감대를 얻고 있고 기술적으로도 60일선과 120일선이 앞뒤에 포진하고 있어 낙폭도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이번주 최대 화두는 급속히 감소한 거래량이다. 연이틀 연중최소를 경신한 거래량은 이날도 2억주에 가까스로 턱걸이하며 에너지 보강이 시급함을 알렸다. 최근 거래량 감소는 △시장 방향성 혼조로 인한 시세 연속성 단절 △액면가 미만 종목 거래세 부과로 일부 투기성 매매 감소 △가치주 가격부담 발생 이후 대안부재 등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주도 종목군이 없고 매수주체도 부각되지 않아 '살 거리'가 마땅치 않은 가운데 원활한 매물소화를 위한 기본적인 여건이 마련되지 않고 있아 거래가 급감하고 있다는 얘기다. 반도체, 통신 등 기술주가 여전히 바닥을 확인하지 못하고 있고 대안으로 부각되던 내수관련주나 실적주 마저 한차례 순환매가 돌아 시세를 확산하지 못하고 있어 종목 고르기가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개인, 외국인, 기관 등 어느 주체도 적극적으로 매매에 참여하지 않아 수급여건이 극도로 취약해 있는 점도 거래량 추세 반전에는 부담이다. 실제로 이날 거래에서 주요 투자주체가 일관된 매매 양상을 나타내지 않고 매수와 매도를 오가며 향후 시장흐름에 대한 불안감을 드러냈다. 최대 매매세력인 외국인의 경우 지난 금요일 5,000억원에 달하던 매매규모를 3,000억원대로 축소했다. 독립기념일이 지나기까진 이같은 패턴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 다만 이날 기금이 99억원을 순매수했고 투신권도 장막판 순매수로 전환하는 등 연기금 자금유입에 대한 기대감이 살아있는 점은 긍정적이다. 거래량이 완전히 바닥을 드러내기 전에는 상승이든 하락이든 국면전환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여 거래량 추이에 지속적인 관심을 둘 것을 당부한다. 하이닉스 DR발행 이후 잠잠했던 구조조정 재료도 경기회복 기대감과 더불어 고개를 내밀었다. 대우차 매각이 이르면 한달안에 성사되리라는 관측이 나왔다. 하지만 장 전체에 확산되며 장세를 선도하기보단 단기적으로 개별 종목 재료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금융통화위원회의 콜금리인하 여부와 폭 결정과 민주노총 총파업을 하루 앞둔 증시 반응도 관심거리다. 시장관계자들은 불필요한 위험을 감수하지 말고 방향을 확인하고 투자에 임해도 늦지 않음을 강조한다. 매매 가담시에는 기술주에 대해 '가격논리'로 대응하기보다는 제약, 보험 등 내수관련주나 선도조정 받은 실적주에 대해 단기적으로 접근할 것을 조언했다. 교보증권 임송학 투자전략팀장은 "반도체, 통신주 상승은 기술적 반등 수준에서 이해해야 할 것"이라며 "급등했던 내수관련주, 실적주가 조정국면에 접어들고 있어 대안을 찾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임 팀장은 "거래량이 줄면서 탄력이 상실돼 조정이라기 보다는 침체에 가까운 장세"라며 "경기회복에는 시간이 필요해 보이는 만큼 보수적인 관점을 유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LG투자증권 황창중 투자전략팀장은 "금리인하 수혜가 기대되는 은행, 건설주 반기 실적을 앞둔 실적주로 매매범위를 좁혀야 한다"며 "장기투자자라면 IT주에 대한 접근이 가능한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고 말했다. 월요일 뉴욕증시는 경기 반등을 가리키는 지표가 실적 감소 우려를 씻어내면서 안정적인 모습을 나타냈다. 하지만 지난주 내구재주문, 소비자신뢰지수에 이어 구매자관리협회(NAPM) 지수가 호전 신호를 보낸 것에 비하면 상승폭은 미미했다. 일련의 경제지표 발표 후 시장은 개별 기업 실적을 기다리고 있다. 지난 분기 실적 전망치를 최대한 낮춰 잡은 시점에서 나오는 집계치를 어떻게 받아들일 지 주목된다. 한켠에서 제기되는 '실적 경고에 팔고 실적 공식발표에 사는' 패턴이 이번 분기에도 재연될 지가 관심거리다. 지속된 경고로 실적악화 우려는 이미 반영된 만큼 예상을 웃도는 실적에는 민감하게 반응할 거란 견해다. 지난 분기에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전격적인 금리인하 발표와 2%로 추정한 1/4분기 GDP 성장률 발표가 뒷받침해 주면서 나타난 현상임을 감안할 때 반복될 지 지켜볼 일이다. 현대증권 엄준호 연구원은 "뉴욕증시 기술주의 지난 분기 실적은 예상대로 최악으로 집계될 것"이라며 "지속적인 경고로 하방경직성을 확보해 급락할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실적 발표로 이전 같은 추세 전환이 이루어지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증권 오태동 연구원은 "올들어 여섯 차례 단행한 금리인하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뚜렷한 신호가 나오지 않는 한 기술주 상승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며 "반등도 기술적인 수준에서 그칠 것이고 실적발표가 국내에 미치는 영향도 미미할 것"으로 내다봤다. 6일 알코아가 테이프를 끊는 것을 필두로 반도체, 컴퓨터, 네트워크 등 대표적인 기술주가 줄줄이 실적 발표를 예정하고 있다. 11일 수요일에는 모토롤라와 야후, 다음날엔 AMD, 주니퍼 네트원스, 램버스가 대기하고 있고 그 다음주엔 인텔과 IBM, 애플 등이 지난 분기 실적을 내놓는다. 한경닷컴 유용석기자 ja-j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