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지부동의 장세가 펼쳐지고 있다. 주도주도 매수주체도 자취를 감춘 가운데 얕은 등락이 이어지자 먹을 게 없는 장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지난 4월 상승을 주도한 뒤 퇴색했던 경기회복 기대감이 다시 스물스물 고개를 내밀고 있지만 시장은 기대감만으로 움직이기에는 지쳐 보인다. 추세를 바꾸기 위해선 좀 더 강력한 시그널이 나와야 한다는 지적이다. 수요일 미국 구매자관리협회(NAPM)는 6월 제조업지수가 44.7로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여전히 50을 밑돌아 부진을 뜻했지만 5월 42.1보다 회복됐고 당초 예상치를 뛰어넘은 탓에 투자심리가 다소 회복됐다. 지난주 중반 이후 나온 내구재주문, 소비자신뢰지수 등 각종 경제지표도 호전에 무게 중심을 뒀다. 뉴욕증시는 그러나 뚜렷한 방향을 제시하지 않았다. 다우는 소폭 오른 반면 나스닥은 닷새상승에 따른 차익매물을 맞아 하락한 것. 국내 증시를 움직일만한 모멘텀이 전무하다시피 한 상황에서 뉴욕증시 혼조세는 지수 방향에 대한 불안감을 완화하지 못했다. 국내에서는 전경련 7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가 호조를 보였으나 별다른 반응을 나타내지 않았다. 반도체, 통신 등 바닥을 짚지 못한 기술주에 대안으로 부각되던 내수관련주나 실적주 마저 가격부담으로 시세를 확산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살 거리'가 마땅치 않다. 섣불리 '가격논리'로 접근하기엔 시장체력이 너무 저하돼 있다. 580선 지지력이 탄탄해 지고 있다지만 2억주를 갓 넘는 거래량으로는 조그만 악재에도 쉽게 무너질 수 있다는 부담감도 상존해 있다. 개인, 외국인, 기관 등 어느 주체도 적극적인 매매에 임하지 않아 수급여건이 극도로 취약해 있어 프로그램 매매에 손쉽게 휘둘리는 점도 부담이다. 시장에서는 거래량 바닥이 확인되기 전까진 좁은 박스권 안에서 등락하리란 전망이 우세하다. 독립기념일을 앞둔 뉴욕증시도 방향설정을 미룰 가능성이 높다. 조금 멀리보고 투자에 임하거나 방향을 확인하는 인내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한화증권 투자전략팀 조덕현 차장은 "수출이 넉달째 감소하는 등 시들해진 국내 경기신호가 발목을 잡고 있다"며 "달러/엔 환율과 거래량 추이에 따라 방향성이 결정되겠지만 일정 기간 조정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조 차장은 이어 "장기투자자라면 가치주 비중을 줄이고 서서히 반도체, 통신주에 관심을 가질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증권 권혁준 연구원은 "국내외 모멘텀이 부재한 상황에서 막연한 저가매수세가 유입되고 있지만 에너지가 응집되지 않는다"며 "거래량 감소 등을 감안하면 예상보다 조정이 길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세종증권 김욱래 연구원은 "당분간 580∼610 사이의 박스권을 벗어나기 힘들 것"이라며 "하반기 국내 실적 발표가 임박한 만큼 실적관련주에 대한 관심을 놓지 말 것"을 당부했다. 3일 종합지수는 매도와 매수가 팽팽한 균형을 이루며 보합권에서 등락하고 있다. 종합주가지수는 낮 12시 35분 현재 594.42로 전날보다 2.32포인트, 0.39% 하락했다. 뉴욕 분위기 호전을 받아 오전 한 때 598까지 오르기도 했으나 600선 경계매물에 밀린 뒤 지리하게 옆걸음 치고 있다. 주가지수선물 9월물은 0.05포인트, 0.07% 높은 73.20에 거래됐다. 프로그램 매도가 509억원 유입되며 추가상승의 발목을 잡았다. 규모는 크지 않지만 받아줄 여력이 크지 않은 상황이어서 지수에 미치지는 영향은 작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프로그램 매수는 245억원 유입됐다. 뚜렷하게 부각되는 업종이나 종목군이 나타나지 않는 가운데 지수관련 대형주도 정체에 빠져 움직일 줄 모른다. 삼성전자, SK텔레콤, 한국통신공사 등 시가총액 상위 세 종목이 강세권에 머물며 반등에 버팀목을 댔다. 이들 종목 시가비중은 30%에 달한다. 한국전력, 포항제철, 현대차, 국민은행, 현대차 등은 약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오름폭도 내림폭도 확산되지 않고 꽉 막혀 있는 모습이다. 개인이 95억원을 순매수한 반면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46억원과 55억원을 순매도했다. 한경닷컴 유용석기자 ja-j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