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장을 구성하는 3대 가격지표로 금리 환율 주가를 꼽을 수 있다. 사람들은 이들의 움직임을 통해 금융시장과 실물경제의 흐름을 진단하는 것은 물론이고 이들 지표와 연계된 상품에 다양한 방법으로 직접 투자를 하기도 한다. 당연히 매일, 아니 시시각각으로 변화하는 지표들의 움직임을 미리 알아내기 위해 모든 수단과 방법들이 동원된다. 그러나 전문가들조차도 번번이 이들 지표의 움직임을 예측하는데 실패하곤 한다. 그 중에서도 특히 환율에 대한 예측은 가장 어려운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환율의 움직임을 예측하기 어려운 까닭은 균형수준에 대한 평가가 다른 가격지표들에 비해 어렵기 때문이다. 예컨대 현재 미화 1달러에 대해 우리 돈 1천3백원 정도가 교환되고 있는 환율은 적정한 수준일까. 이에 대한 하나의 답으로 제시할 수 있는 것이 돈을 가지고 상품을 살 수 있는 구매력을 비교해 보는 방법이다. 예를 들어 화폐를 통해 교환되는 상품이 햄버거 하나밖에 없는 단순한 세계를 가정해 보자. 이 햄버거가 미국에서는 1달러에, 한국에서는 1천3백원에 팔리고 있다면 두 화폐간 균형교환비율은 1달러당 1천3백원이 될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누군가는 두 화폐간의 교환을 통해 이득을 얻을 수 있게 된다. 이러한 점에 착안해 영국의 이코노미스트지는 세계 거의 모든 국가에서 판매되고 있는 맥도날드 빅맥햄버거의 판매가격으로 "빅맥환율"을 산출해 각 나라 환율의 적정성을 평가하고 있다. 지난 4월 발표된 빅맥지수에서 구매력평가환율로 평가한 원화가치는 달러당 1천1백81원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러한 구매력평가 방법에는 많은 제약이 따른다. 현실세계에서는 상품이 수없이 많고 동일상품에 적용되는 가격도 다양하며 나라간에 거래하는데 비용도 든다. 따라서 구매력평가 방식으로 적정환율을 산출하는 것은 빅맥햄버거 하나의 가격을 비교하는 것처럼 그리 간단한 일이 아니다. 더구나 나라간에 교역을 할 수 없는 상품, 즉 비교역재도 수없이 많다. 서비스 등 비교역재의 존재는 구매력에 의한 환율평가를 원천적으로 불가능하게 한다. 환율 수준을 평가하는 또 하나의 기준으로 경상수지를 들 수 있다. 예를 들어 현재의 환율수준에서 경상수지가 흑자를 기록할 때 교역을 통해 국내로 들어오는 달러화가 국외로 나가는 달러화보다 많아 국내에 달러화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게 된다. 이에 따라 달러화가치가 떨어지고 원화가치가 오른다. 장기적으로는 경상수지가 균형이 이뤄지는 쪽으로 환율이 변동하면서 균형을 찾아가게 된다. 그러나 이런 평가방법도 최근 급격하게 비중이 확대되고 있는 자본거래가 경상거래에 의한 환율 움직임을 크게 교란시키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역시 한계는 있다. 위의 두 가지 평가방법이 한계가 있기는 하지만 지속적인 경상수지 흑자, 경쟁국들의 통화가치와 물가상승률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할 때 현재의 달러당 1천3백원 수준은 균형환율을 웃도는 수준으로 판단된다. 엔화 등 경쟁국들의 통화가치가 크게 하락하지만 않는다면 추세적인 원화강세 기조는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권순우 <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serihsy@seri.or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