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한 장세가 이어지고 있다. 미국 공개시장위원회의 금리결정 전까지 보합권에서 맴돌 것이란 예측대로 지수의 진폭이 크지 않다. 다만 저가 매수세가 꾸준히 유입됐음에도 불구하고 닷새째 600선 안착에 실패하면서 지수가 조금씩 밀리고 있고 이에 따라 저가 매수 기준점도 낮아지고 있다. 금리인하가 이미 노출된 재료이고 주중 투입이 예상되는 국민연금도 그다지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됐다. 여기에 국내 모멘텀이 메마른 상황에서 뉴욕증시도 방향 제시를 주저하면서 투자심리가 얼어붙었다. 시장에서는 최대한 보수적으로 접근하며 저점을 낮출 시점이라는 게 지배적인 시각이다. 반도체, 통신 관련주가 바닥을 짚지 못하고 지수관련 대형주에 매수 욕구를 느낄 수 없어 보수적인 접근이 유효하다는 설명이다. 삼성전자, SK텔레콤, 한국전력, 한국통신공사, 포항제철 등 시가비중이 40%에 달하는 상위종목이 상승모멘텀 부재에 시달리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지수 저점은 낮추고 현금비중을 확대하되 접근은 종목별로 '각개격파'하는 편이 바람직하다. 경기회복이 답보상태이고 기술주 침체가 지속되고 있는 현시점에서 실적주와 내수관련주에 대한 관심은 돌릴 필요가 없다는 게 대체적인 의견이다. 가격 메리트가 상당히 감소하긴 했지만 대안이 없는 상태이고 이들 종목중에서 연일 신고가를 경신하는 종목이 속출하고 있는 등 시장관심을 붙들고 있기 때문이다. 대신증권 나민호 투자정보팀장은 "뉴욕증시가 불안한 현지수대에서는 주식보유를 최대한 줄이고 현금비중을 확대해야 한다"며 "580선 부근까지 빠지면 기술적 반등을 염두에 둔 저가매수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내수 관련주와 금리인하와 구조조정에 모두 수혜주로 걸려 있는 은행주에 관심을 가질 것"을 권했다. 신한증권 강보성 연구원은 "특별한 악재로 없고 상승 모멘텀도 없는 지리한 장세"라며 "금리인하나 연기금도 추세를 바꾸진 못할 것"이라며 "경기 침체가 지속되고 있어 지수탄력성이 둔화될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현대투신 외자유치, 대우차 매각 등 구조조정 수혜주 움직임을 유심히 지켜볼 때"라고 말했다. 세종증권 김욱래 연구원은 "금리인하 효과가 서서히 나타날 것으로 기대한다"며 "580선에서 강한 지지력이 예상되고 연기금도 하방경직성 확보를 도울 것으로 보이는 만큼 현 지수대는 저가메리트가 있다"고 말했다. 26일 종합지수는 600선 돌파가 무산된 뒤 내림세로 방향을 잡아 590선을 사이에 두고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종합지수는 낮 12시 19분 현재 전날보다 7.88포인트, 1.32% 빠졌고 주가지수선물 9월물은 72.60에 거래돼 1.00포인트, 1.35% 내렸다. 금리인하 기대감 보다는 경기회복 지연과 기업실적에 대한 우려에 민감하게 반등하고 있어 하락종목수가 점점 늘고 있다. 외국인이 현선물을 동시 매도하며 하락을 주도했다. 외국인 현물순매도는 224억원으로 그다지 크지 않으나 지수선물 시장에선 이틀간 7.500계약 이상 순매수했던 포지션을 정리하며 4,969계약을 순매도, 지수를 끌어내렸다. 다만 외국인 매도에도 불구하고 시장베이시스는 플러스가 유지, 프로그램 매도로 인한 현물지수 하락은 피해가고 있다. 프로그램 매도는 277억원 출회됐고 매수는 274억원 유입됐다. 개인은 장초반부터 줄곧 매수우위를 이어가며 518억원을 순매수했다. 기관은 투신권에서 대규모 매수주문이 쏟아진 데 힘입어 순매수로 전환, 95억원 매수우위를 가리켰다. 증권과 전기가스업종을 제외한 전업종이 하락세를 그렸다. 기계, 통신, 종이목재업종 낙폭이 크다. 삼성전자와 SK텔레콤이 2% 이상 내리며 반등시도를 봉쇄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통신공사, 포항제철, 현대차, 기아차, 주택은행, 담배인삼공사 등 지수관련 대형주가 대부분 약세권에 머물렀다. 상한가 3개 포함 184종목이 올랐고 하한가 11개 포함 617종목이 하락했다. 한경닷컴 유용석기자 ja-j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