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가 재료부족에 수급여건도 약화되며 쳇바퀴를 돌고 있다. 지난주 후반 이래 600선을 돌파했다가 되밀리는 맴돌이 장세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번주 미국의 금리인하가 예측되고 있으나 뚜렷한 경기모멘텀이 제공되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국내외 증시의 혼조권 양상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수급면에서 지난 15일 이래 닷새동안 지속된 외국인 순매도가 지난 금요일을 고비로 순매수로 전환된 것이 추세없는 수급장에 그나마 위안이 되고 있다. 그러나 대량 순매수에 나설 것이라는 시각은 많지 않다. 국내 고객예탁금 등 증시 주변자금도 보강되지 않는 가운데 국민연금도 현장세에 안정감이 없어 내부적으로 6,000억원 투자자금의 투입시기에 신중을 더하는 입장이다. ◆ 미국 금리인하 예상, 기대감은 적어 = 특히 미국의 경기회복이 지연될 가능성이 커지고 금리인하를 둘러싸고 야누스적인 모습이 이어지면서 금리인하에 대한 기대감도 줄었다. 미국이 오는 26∼27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어 올들어 여섯 번째 금리인하를 결정하리라는 예상이 높지만 이를 상승모멘텀으로 받아들이는 시각은 퇴조한 지 오래다. 금리인하 자체가 아니라 효과를 기대하는 현 국면에서 하반기 경기회복이 가시화될 것이라는 예측이 현실화되지 못하고 자꾸 하반기로, 연말쪽으로 멀어져 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발표된 경제지표 중에서 그나마 경기선행지수만 두달째 개선됐을 뿐 여타 경제지표들은 신통치 않았다. 여기에 기업실적 악화 예고 시나리오를 뒤집어 놓을 만한 회복 사인도 아직 찾기 힘들다. 투신사의 한 펀드매니저는 "경기회복이 안되고 실적 향상으로 연결되지 않는 상황에서 미국이 금리인하를 25bp하든 50bp하든 회복기대감을 주기 힘든 상황"이라며 "미국시장의 등락에 따라 당분간 하락 리스크를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국내 경기지표·재료도 좀더 뜸들여야 = 국내 경기지표들은 다소 나은 모습이나 수출경기를 포괄한 실물지표의 개선도는 아직 확연하지 못한 상황이다. 오는 29일 발표될 5월 산업활동지표에 뚜렷한 개선여지는 별로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그래서 나온다. 한국은행 전철환 총재가 경기하락에 좀더 비중을 둔 듯한 발언을 해 7월중 콜금리 인하 가능성이 얘기되고 있다. 그러나 6월 물가가 가뭄 영향권에 있어 금리인하를 단행한다고 하더라도 그 폭은 크지 못할 전망이다. 구조조정 현안 타결로 매수세를 불러들였던 하이닉스 반도체의 외자유치가 일단락되면서 대우차 매각이나 현대투신 매각건도 일부 재료 반영 이후 협상과정에 따라 기다림을 요구받는 시점이다. 특히 국내 주가지수를 선도하는 삼성전자, SK텔레콤, 한국통신, 한국전력, 포항제철 등이 경기와 재료 빈곤에 처하면서 박스권 등락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도 여름장이 횡보할 것이라는 전망을 높여주고 있다. 반도체는 가격하락 등 경기 둔화로 감산 얘기가 나오는 상황이고, 세계적인 통신주 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SK텔레콤은 자사주 매입시한이 오는 28일로 임박하고 한국통신은 해외DR발행 등에 따라 수급에 따른 등락이 지속될 전망이다. 산업은행의 차입금 지급보증이 예정된 한국전력은 그저 그런 상태고 포항제철은 철강경기회복이 가시화되지 않고 국제 통상마찰이 겹쳐 10만원대 안팎의 숨바꼭질이 이어지고 있다. 은행권의 한 펀드 매니저는 "반도체는 감산까지 얘기되며 최악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으나 통신주 전망은 아직 하락리스크가 있다"고 말했다. ◆ 증시 등락 횡보, 단기 대안 부재 = 시장관계자들은 미국이나 국내 시장이나 특별한 재료가 없는 상황에서 '좋아질 것도 없고 밀릴 만한 것도 많지 않은' 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 4∼6월 순환상승을 이끌었던 외국인 매수세가 6월 선물옵션 만기일을 거쳐 순매도 전환한 뒤 수급보강이 특별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 뮤추얼펀드 동향도 그리 신통치 못한 편이다. 순매도 기조가 일단락됐다고 하더라도 주요 종목에 대한 매매는 매수와 매도가 엇갈리는 상황이고 안전벨트 없이 매수에 나설 만한 여건은 아직 성숙되지 못했다는 게 중론이다. 민간경제연구소의 한 연구원은 "현재 외국인 매수세는 저가메리트에 기대하는 수준이어서 중장기 더딘 걸음이 예상된다"며 "대형주에 모멘텀이 없는 상황이고 개별종목들도 지수의 하방경직성이 확보돼야 시세를 낼 수 있다"고 개별종목 장세의 한계를 지적했다.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가치주나 성장주 등에 딱히 기대할 만한 것이 없다"며 "국내 내수관련주가 주가차별화를 이루며 상승했으나 단기 상승에 따라 꺾일 수 있어 대안부재 여건으로 빠져들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증권사의 다른 관계자는 "현대그룹 관련주의 리스크 감소와 저가주에 대한 관심 정도가 여름 탐색장을 버티게 할 것"이라며 "보험이나 건설주 등도 '이제 망하지 않는다'는 위험축소에다 저가메리트 등으로 매수관점이 유지되는 측면이 있어 불씨는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투자자문사의 한 매니저는 "기간조정을 거치면서 추세없이 등락하는 과정이어서 시장이 안정될 때까지는 인내심이 필요하다"면서 "2/4분기 실적이 나오면서 주가재편 과정을 거치고 난 뒤 향후 상승을 모색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경닷컴 이기석기자 han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