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들어 주식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킨 '왕건주'들의 행보가 관심거리다. '왕건주'란 실적호조라는 갑옷으로 무장하고 출전한 싸움에서 한번도 지지 않아 세력(매수세)을 불리면서 '기'(氣.상승추세)가 살아 있는 미인주를 말한다. 고려 태조인 왕건을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태평양 신세계 롯데칠성 한국전기초자 현대자동차 현대백화점 등이 여기에 속한다. 실제 이들은 경기침체와 기업 실적악화 등 난세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출중한 실력을 갖춘 지원군(계열사)의 덕(지분법평가이익)을 톡톡히 보고 있고 주변 '비호세력'(외국인투자자)도 세력확장에 힘을 보태주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들 종목이 아직도 저평가돼 있기 때문에 시중 자금 경색이나 경기 급락 등 불가항력의 적군과 맞닥뜨리지 않는 한 난세 평정을 위한 행보가 꺾이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 왕건주의 전과(戰果) 연초(1월2일) 대비 주가 상승률이 40% 이상에 달한다. 같은 기간 종합주가지수 상승률 14.99%의 2.6배다. 지루한 횡보전선에서 지수와 다른 종목들이 갈지(之)자로 비틀거릴 때도 전진했다. 종목별 상승률은 현대백화점 1백83.14%, 현대자동차 1백44.87%, 태평양 1백37.81%, 신세계 1백9.37%, 전기초자 82.75%, 롯데칠성 40.00% 등이다. 태평양 롯데칠성 전기초자 등은 올들어 사상 최고가 기록을 갈아치우면서 시장 주도주로 자리매김했다. ◇ 승승장구하는 비결 현대자동차의 질주는 실적이 잘 말해준다. 지난 5월말 현재 내수판매는 7.7%, 수출은 64.9%나 늘었다. 올해 매출은 25.4%, 영업이익은 63.0% 증가할 전망이다. 태평양은 30%에 가까운 시장점유율과 막강한 브랜드파워, 탄탄한 재무구조로 올해 매출액이 13.4%, 경상이익이 24.1%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태평양제약 태평양산업 등의 영업호조로 지분법 평가이익도 늘고 있다. 내수경기 호조로 물때를 만난 현대백화점은 홈쇼핑이라는 지원군까지 얻었다. 내년에 현대홈쇼핑(지분 27%)이 영업을 시작한다. 현대쇼핑 현대DSF 등 계열사 영업실적도 호전됐다. 전기초자는 지난 3월말 기준으로 매출 총이익률과 영업이익률이 46.8%와 38.0%에 달해 수익성이 세계 최고 수준이다. 신세계도 강력한 브랜드파워를 앞세워 2.4분기 매출(1조2천3백91억원)과 영업이익(6백75억원)이 53.8%와 1백48.7% 늘어날 전망이다. ◇ 전망 왕건주들은 올해 예상 실적을 근거로 한 주가수익비율(PER)이 업종평균치보다 낮아 저평가돼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들 종목 모두 5.20.60일 주가이동평균선이 정배열된 상태여서 기술적으로도 추세가 살아 있다. 연일 신고가 경신행진을 벌여 매물부담도 없어졌다. 올해 예상실적을 근거로 한 현대자동차의 PER는 6.7배로 운수장비업종 평균 7배에 비해 낮다. 태평양의 PER는 4.9배로 과거 3년 평균 PER 5.6배에도 못미치고 있다. 전기초자는 PER가 4.7배로 CRT 비중이 70% 가량인 삼성SDI의 PER 6.0배에 비해 저평가돼 있다. PER가 3.8배에 불과한 롯데칠성도 음식료업종 평균(7.8배)보다 한참 낮다. 현대백화점도 PER가 4.5배로 업종평균(9.9배)보다 낮은 수준이다. 교보증권 김석중 이사는 "이들 종목의 수익성이 워낙 뛰어나기 때문에 펀더멘털 측면에서 보면 추가 상승여력이 충분하다"면서 "다만 외국인들의 매수강도가 변수"라고 말했다. 이건호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