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MD램 현물가격이 사상 처음으로 1달러 밑으로 떨어지는 등 반도체산업이 불황의 터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반도체 경기 회복은 내년에나 가능하다는 어두운 전망들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대장주인 삼성전자의 실적도 당초 예상치를 크게 밑돌 것으로 예상돼 주가 약세와 함께 종합주가지수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전날 동남아시장에서 64MD램과 128MD램의 최저가격이 각각 0.85달러와 1.95달러를 기록하는 등 반도체 현물가격이 연일 사상최저가를 경신하고 있다. 제조업체와 유통업체,PC메이커 등이 보유한 재고수준도 10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의 올해 실적도 당초 목표치를 크게 밑돌면서 주가도 약세를 보일 것으로 추정됐다. SK증권 전우종 기업분석팀장은 "삼성전자의 2·4분기 영업이익(7천7백40억원)과 순이익(5천9백44억원)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60%와 62% 가량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며 "올해 연간으로도 순이익이 3조1천억∼3조5천억원으로 작년(6조1백45억원)의 절반 수준에 불과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반도체 가격이 회복되려면 내년 3·4분기는 돼야 할 것"이라며 "21일 발표될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러지의 3·4분기 실적도 당초 예상치를 크게 밑돌 것으로 보여 삼성전자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대우증권 전병서 부장은 "반도체 현물가격이 1달러 밑으로 떨어지면 삼성전자와 같은 기업도 이익을 낼 수 없다"며 "업체간 구조조정 등 수요 측면보다는 공급 측면에서 조정이 이뤄져 내년 1·4분기부터 반도체 가격이 회복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PC산업의 특성상 정보처리속도가 계속 빨라지고 메모리의 양도 늘어야 하는 만큼 현재와 같은 반도체 가격 약세가 장기화되기는 힘들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건호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