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반도체는 해외 DR(주식예탁증서) 발행 규모가 당초 예상을 훨씬 웃돌았다는데 크게 고무돼 있다. 시장이 회생가능성을 높게 평가했다는 반증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박종석 하이닉스 사장은 12억5천만달러(1조6천1백45억원)의 DR발행이 확정된 뒤 "시장원리에 입각해 재무유동성 문제를 해결했다는데 특히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추가적인 자금조달도 무리없이 진행시킬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하이닉스는 시장의 신뢰를 회복한 만큼 경영정상화에 속도를 더할 수 있게 됐다고 강조했다. ◇ 재무구조 개선 =하이닉스는 DR 발행에 이어 상반기중 9천9백여억원의 CB(전환사채)를 발행할 예정이다. 또 LCD(액정표시장치)사업부문을 분사한 뒤 지분 80%를 중국과 대만기업 컨소시엄에 매각, 5억∼7억달러 정도를 추가 확보키로 했다. 이들 3건을 합쳐 하이닉스에 유입될 현금은 약 3조3천억원. 총 부채 11조1천억원(1.4분기말 현재 연결기준)의 30%에 해당하는 규모다. 그만큼 재무구조가 개선된다. 한국투신증권 민후식 애널리스트는 "하이닉스의 생존 가능성에 대한 시장의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는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당초 하이닉스측은 DR를 8억달러 정도만 발행해도 성공이라고 여겼었다. 그러나 수요예측에서 해외 기관투자가들이 기대 이상의 호응을 보이자 규모를 12억5천만달러로 늘렸다. 여기에 더해 발행물량의 15%에 해당하는 1억8천7백50만달러어치를 추가로 배정할 수 있도록 옵션을 설정했다. 대신 부채로 잡히는 3억5천만달러 규모의 하이일드 본드 발행도 취소했다. 이자비용을 줄일 수 있게 된 것이다. ◇ 채권단 지원 착수 =당초 계획대로 총 5조1천억원 규모의 금융지원에 나서기로 했다. 당장 오는 20일 하이닉스가 발행하는 9천9백41억원어치 CB를 전액 인수한다. 투신사들도 내달부터 하이닉스반도체의 회사채 6천8백억원 어치를 인수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하이닉스는 내년 6월까지 회사채 상환부담에서 '해방'된다. 채권단은 이와 함께 8천억원의 신디케이트론 등을 포함, 모두 1조9천1백80억원의 차입금 만기를 2∼4년씩 늘려주기로 했다. 또 DA(수출환어음) 사용한도(10억달러), 당좌대출한도(2천8백95억원), LC(신용장) 한도(4억5천1백만달러) 등 모두 2조1천7백58억원의 여신 사용한도를 2003년 6월말까지 보장해 주기로 했다. 채권단 관계자는 "외자유치가 1조3천억원만 넘으면 금융지원을 해주기로 합의돼 있다"며 "차질없이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 남은 과제 =현대상선 및 중공업 등 옛 현대계열사 지분 19.13%의 매각을 통한 완전 계열분리가 급선무다. 계열분리가 이뤄지면 하이닉스는 현대그룹의 손을 떠나 이사회 중심의 독립된 반도체 전문기업으로 남게 된다. 현재 살로먼스미스바니(SSB)는 일단 이들 회사가 가지고 있는 하이닉스 지분 19.13%를 임시계좌에 묶은 뒤 원매자에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하이닉스는 지난 4일 공정거래위원회에 계열분리신청을 냈고 공정위도 이를 인정하는 방향으로 시행령 개정작업을 진행중이다. 다음은 사업구조의 고도화 및 수익성 제고다. 하이닉스는 DR발행 등 외자유치를 통해 확보한 자금은 사업포트폴리오를 고도화시키는데 쏟아부을 방침이다. 우선 D램 비중을 줄이는 대신 시스템IC 부문 매출을 지난해 9%에서 올해 17%, 2003년에는 25%로 높이기로 했다. 또 유휴 라인을 활용해 파운드리(위탁생산) 사업을 성장사업으로 육성, 8인치 웨이퍼 기준으로 2003년 1백90만장의 생산능력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차병석.이심기 기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