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 금융.기업 구조조정의 '하이라이트'였던 하이닉스반도체의 해외주식예탁증서(GDR) 발행이 마침내 성사됐다. 하이닉스반도체는 지난달 22일 국내 기관투자가를 시작으로 3주에 걸친 대대적인 로드쇼 결과 총 12억5천만 달러(1조6천145억원) 규모의 DR를 15일 끝난 서울 주식시장의 종가보다 24.39% 할인된 가격으로 발행, '기사회생'의 전기를 마련하게 됐다. 이번 DR발행의 성공은 구조조정성과의 가시화와 함께 그간 '현대'라는 눌림목에서 헤어나지 못하던 은행주를 비롯한 증시전반에 '단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증시주변에서는 3천100원으로 결정된 하이닉스의 DR발행가에 대해 올해 실적전망과 물량부담을 감안하면 적정한 수준이라는 반응이다. ◆하이닉스 불리한 여건, 할인은 불가피 증시전문가들이 하이닉스 DR의 할인발행을 불가피한 것으로 보는 이유중 하나는 주가를 결정하는 펀더멘틀즈인 실적전망이 반도체경기의 침체로 여전히 암울하기 때문이다. 하이닉스가 지난 4월 1.4분기 실적을 발표한 이후 주요 증권사들이 추정한 올해실적전망치를 보면 메리츠증권의 최석포 애널리스트가 매출 7조2천억, 순손실 4천450억원의 '양호한'전망을 내놓고 있을 뿐, 대부분 1조원 내외의 적자를 예상하고 있다. 삼성증권 임홍빈 애널리스트의 경우 하이닉스반도체가 올해 6조1천500억원의 매출에 8천516억원의 적자를 낼 것으로 보고 있으며 현대증권의 우동제. 한국투신증권의 민후식 애널리스트는 매출이 각각 7조3천억원, 6조2천억원인 반면, 적자규모가 각각 1조2천500억원과 9천600억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하이닉스가 올해 영업이익을 내 이를 재원으로 설비투자를 감당하더라도 이자 등 9천억원에 이르는 금융비용, 재고평가손은 물론, 아직도 LG에 지급하지못한 5천억원의 매수비용 등을 감안하면 지난해보다 규모는 줄더라도 대규모 적자는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늘어나는 유동물량, 확대되는 희석효과 증시전문가들이 하이닉스의 DR발행가가 '적정한'수준이라고 평가하는 이유는 향후 하이닉스의 유동물량을 감안한 주가전망때문이다. 회사가 기사회생의 전기를 마련했다는 점, 그리고 내년에는 반도체 등 IT경기가 회복될 것이란 점을 감안하면 장기적으로 현재 수준의 주가보다 오를 것이라는데 대부분 증시전문가들은 동의하고 있다. 그러나 발행되는 DR이 룩셈부르크 증시에 상장되더라도 어차피 해외거래가 어려운 국내투자자들은 납입후 3주가 지나면 대거 원주전환을 시도할 가능성이 높은데다 할인발행의 이점을 이용, 단기차익을 노린 해외기관투자가들의 원주전환과 장내매도도 상당수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물론 이 과정에서 DR를 보유하고 있는 국내외 투자자들은 주당 최대 1천원 가량의 적지 않은 단기차익을 챙길 수 있게 된다. 금주들어 2천만주를 훌쩍 넘은 외국인들의 하이닉스 대량매도공세를 볼 때 회사가 살아났다는 기대때문에 장기적으로 주가가 오를 수 있지만 7월 중순이후 단기적인 물량부담은 고려해야 한다고 애널리스트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가장 먼저 하이닉스에 대한 투자의견을 상향한 한국투신증권의 경우 그래서 단기 기술적 매매를 뜻하는 'Trading Buy'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LG투자증권 박영주 연구원은 "대부분의 애널리스트들이 현재 올해 실적전망과 주식수 증가에 따른 희석효과를 감안해 적정주가를 다시 추정하고 있다"며 "실적전망과 물량부담을 감안할 경우 적어도 시장이 결정한 24.4%의 할인율은 적정하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종수기자 jski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