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반도체가 발행하는 해외주식예탁증서(GDR)의 국내청약을 놓고 납품업체들이 전전긍긍하고 있다. 하이닉스는 총 8억달러 규모의 GDR 발행예정 물량중 10%를 국내에서 소화하기위해 기관투자가에 40%, 일반투자자에 40%, 회사 임직원에 20%씩을 배정하고 지난 12일부터 사흘간 청약에 들어갔다. 문제는 GDR의 일부를 국내청약으로 돌린 이례적인 하이닉스의 전략이 하이닉스에 반도체 장비 등을 공급하는 거래업체들에 고민거리를 던진 것이다. 세계적인 반도체 경기 침체로 고전하고 있는 반도체 장비제조업체들이 냉정한 투자원리가 아닌 하이닉스와의 원활한 공급관계 유지 차원에서 청약여부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 이는 국내 반도체 장비시장이 수요자인 반도체 제조업체에 유리한 바이어 시장이기 때문이다. 특히 하이닉스 GDR 발행은 발행가가 오는 15일 해외투자자들을 상대로 한 수요 예측에서 확정되기 때문에 앞서 진행되는 국내 청약은 발행가도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청약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청약을 결정한 반도체 장비업체의 한 관계자는 14일 "절반은 투자목적, 절반은 납품관계 때문에 청약에 참여키로 결정했다"며 "발행가가 얼마가 될지 몰라 엄밀히 말하면 투자목적도 기대반 포기반이다"고 토로했다. 하이닉스가 청약 참여를 직간접적으로 요구하지는 않았지만 향후 계약관계를 계속 유지하려 한다면 무시할 수 없는 선택이라는 게 공급업체들의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청약을 앞두고 다른 공급업체들과 어떻게 해야되는 지를 의논했는데 다른 회사들도 비슷한 분위기였다"며 일반투자가 배정몫이 어렵지 않게 소화됐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그는 "다만 하이닉스의 GDR 및 사채 발행이 예정대로 원활하게 이뤄지면 하이닉스의 재무상태가 괜찮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이닉스가 의도했든 안했든 GDR 물량 일부의 국내 청약은 물량 떠넘기기식이 될 우려가 있으며 이는 다시 발행후 주가에 매물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서울=연합뉴스) 황정우기자 jungw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