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관론의 공백을 구조조정 가속이라는 기대감이 채우며 600대로의 속락은 저지되고 있다. 지난주 중 반도체산업협회(SIA)와 인텔의 낙관적인 전망 등으로 지수에 활력을 넣은 반도체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는 부정적인 경제지표와 기업실적 악화 우려에 묻혀버리는 모습이다. 11일 종합지수는 장초반 실망매물이 출회되며 어렵게 회복한 620선이 무너지며 출발한 뒤 프로그램 매물을 맞아 610선과 지수 20일선, 5일선이 잇따라 무너지기도 했다. 뉴욕증시가 지난 금요일 인텔 효과를 맛보지 못한 채 주저앉은데다 수출이 이달 들어 지난 10일까지 24% 이상 급감했다는 소식 등에 투자심리가 움츠러들었다. 만기를 사흘 앞둔 지수선물시장에서 외국인이 전매에 주력하며 4,000계약 이상을 순매도, 프로그램 매도를 유도하고 있어 반등에는 부담이다. 프로그램 매도는 모두 1,300억원이 넘게 출회됐다. 다만 600선 지지력에 대한 믿음으로 저가매수세가 꾸준히 들어온 데다 GM의 대우차인수 제안서 제출, 하이닉스와 현대투신 외자유치 등 임박한 구조조정 현안이 긍정적으로 풀릴 거라는 기대감이 일면서 낙폭을 제한하고 있다. 교보증권 임송학 투자전략팀장은 "지난주 인텔 실적과 전망에 대한 낙관론에 과민 반응, 지나치게 상승한 것이 자연스런 조정을 겪고 있다"며 "1차적으로 조정받은 만큼 선물옵션만기를 앞둔 외국인이 플레이에 따라 지수 변동폭이 결정될 것"으로 내다봤다. 세종증권 김욱래 연구원은 "롤오버 가능성이 작은 상황에서 이날 물량 출회는 시장 충격이 분산된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라며 "헷지를 걸어 놓은 외국인 입장에서 지수가 600선 초반에 머무는 것이 가장 유리한 것으로 분석됐다"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정부가 구조조정 성과에 주력하고 있는 만큼 이번주중 가시적인 결과가 나온다면 만기일 이후 흐름은 상승쪽으로 무게를 둘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종합지수가 선물시장 움직임에 따라 움직이는, 예측불허의 상황이어서 지수관련주보다는 계절주, 자산가치주, 중소형 건설주, 보험주 등에 대한 투자가 유망한 것으로 예상된다. ◆ 삼성전자 이틀 천하 = 장을 주도하던 삼성전자가 이틀간 급등에 인텔 변수가 소멸되면서 약세를 나타내자 지수도 힘을 잃었다. 프로그램 매도가 지수관련 대형주에 집중되면서 SK텔레콤, 한국통신, 한국전력, 포항제철 등도 약세를 벗어나지 못했다. 주초반 변동성 확대, 주중반 지수 방향 결정이라는 전망은 유효해 보인다. 미결제약정이 6만 계약을 넘고 있고, 매수차익 거래잔고가 연중최고수준을 나타내고 있어 선물옵션 동시 만기일인 14일까지 이에 대한 연동성은 불가피하다는 게 지배적인 시각이다. 이밖에도 묵직한 요인이 포진해 있다. 12일에는 대한항공, 아시아나 항공 등 사회서비스노조 연맹 산하 13개 사업장이 연대 파업을 벌일 예정이다. 14∼15일 하이닉스 GDR 발행 규모와 가격 결정, 15일로 예상되는 GM의 대우차 인수 의향서(MOU) 제출, 정부와 AIG의 현대투신 출자 등 구조조정 현실화에 대한 기대는 여전하다. 하이닉스가 1조5,000억원 이상 외자유치에 성공하거나 GM의 MOU에 매각대금이나 부평공장 문제가 기대 이상으로 포함될 경우 구조조정 본격화 신호를 바탕으로 반등이 시도될 전망이다. ◆ 뉴욕증시, 경제지표 압력 = 시장관심이 온통 선물가격 동향과 구조조정에 맞춰있는 듯 하지만 역시 그 이후에는 경기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이번주 집중적으로 발표되는 미국 경제지표는 악화를 가리킬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13일 수요일에는 소매판매 둔화 여부가 나온다. 시장 관계자들은 소매판매 증가율이 4월 1.1%에서 0.2%로 뚝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트리플위칭 데이인 이튿날엔 재고와 신규 실업수당 신청자 수가 관심이다. 이전주에는 43만2,000명으로 8년여중 가장 많았다. 더 늘기도 힘들 것이라는 기대가 많지만 눈에 띄게 감소할 가능성도 희박하다. 금요일에는 산업생산, 공장가동률, 소비자신뢰지수 등이 대기하고 있다. 5월 산업생산이 부진할 경우 여덟달째다. 미시건대학 6월 소비자신뢰지수는 전달 수준이거나 낮아진다는 의견이 많다. 다만 공화당 정부의 대대적인 감세에 따른 다음달 세금환급을 앞둔 기대가 반영될 여지도 있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금리를 여섯 차례 낮출 여지가 있는 지도 논란이다. 목요일 생산자물가에 이어 금요일에는 소비자물가가 발표된다. 장기 금리가 단기와 멀어지고 있고, 이는 인플레이션 기대를 셈한 결과라고 일각에서는 설명하고 있다. 반면 재무부채권 바이백이 주춤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 맞서고 있다. 물가는 구매자가 가격결정권을 쥔 상황이기 때문에 안정권에 들어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원유가 상승 등 비용요인을 고려할 때 안심할 수는 없는 수준으로 관측된다. 한경닷컴 유용석기자 ja-j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