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국내 증시는 대내외 요인이 혼재된 가운데 종합지수 610선에 턱걸이하며 출발, 반락과 이틀 상승을 거쳐 10포인트 올랐다. 코스닥지수는 다시 80대를 되찾았다. 이틀 간 지수에 활력을 불어넣은 건 반도체경기 회복 기대였다. 반도체산업협회(SIA)가 하반기 반등을 점친데 이어 인텔도 목요일 장 종료 후 하반기에 바닥을 치고 오르리라는 전망을 유지했다. 지난 8일 금요일 국내 증시는 뉴욕에 앞서 인텔효과를 만끽하며 20포인트 뛰어올랐다. 코스닥지수는 3.37% 상승했다. 그러나 큰 의미를 두기 어려웠다. 우선 인텔은 지난 4월 17일 "이번 분기 말 호전 기미가 나타날 것"이라고 예고했다. 분기 말이 임박한 현 시점에서 과연 호전 기미를 봤는지, 아니면 앞으로 3주 동안 볼 지에 대해선 아무 언급이 없었다. 더구나 매출 62∼68억달러를 비롯, 당시 전망에 변함이 없다고 했지만 매출이 이 범위의 하단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당시 기대가 위로 치우쳐 있었다는 얘기다. 이번 기대도 그럴 소지가 다분하다는 풀이가 가능하다. 금요일 뉴욕증시에서는 주니퍼 네트웍스가 인텔을 두들겼다. 주니퍼는 이번 분기 수익이 기대치의 1/3 밖에 안될 것으로 우려하며 네트워크는 물론 반도체주도 약세로 몰고갔다. 이날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전날 마감가보다 113포인트, S&P 500 지수는 12.00포인트 나스닥지수는 48.90포인트 하락했다. 주간으로는 모두 올라 나스닥지수 5%, 다우는 0.5%, S&P 500은 0.7%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 삼성전자, 더블위칭... = 이번주 초반 방향타는 삼성전자가 잡을 것으로 보인다. 이틀 연속 상승을 제공한 인텔 변수는 일단 소멸됐다. 이에 따라 컴퓨터, 네트워크 등 정보기술(IT) 부문에서 뚜렷한 징후가 드러나기 전에는 심리적인 요인에 동요하며 등락할 전망이다. 묵직한 요인이 산재해 있다. 12일 민주노총의 총파업, 13일 김대중 대통령 국정개혁 구상 발표, 14일 선물옵션 만기, 14∼15일 하이닉스 GDR 발행가 결정, 15일로 예상되는 GM의 대우차 인수 의향서(MOU) 제출 등이다. 매수차익 거래잔고가 6,000억원에 달하는 등 최고 수위를 유지하고 있어 부담이 만만찮겠다. 최근 거래량이나 지수수준으로 미뤄보면 롤오버되기보다는 정리나 청산될 가능성이 높다. 하이닉스가 1조5,000억원 이상 외자유치에 성공하거나 GM의 MOU 제출이 이뤄질 경우 구조조정 본격화 신호를 바탕으로 반등이 시도될 전망이다. 민주노총의 파업과 김대통령의 발표도 직접적이지는 않겠지만 매매방향에 영향을 주겠다. ◆ 뉴욕, 경제지표 봇물 = 이번주 발표되는 미국 경제지표가 호전되리라고 보는 관계자는 드물다. 이에 따른 압력을 기대감이 얼마나 누그러트릴 지가 관건이다. 13일 수요일에는 소매판매 둔화 여부가 나온다. 시장 관계자들은 소매판매 증가율이 4월 1.1%에서 0.2%로 뚝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튿날엔 재고와 신규 실업수당 신청자 수가 관심이다. 이전주에는 43만2,000명으로 8년여중 가장 많았다. 더 늘기도 힘들 것이라는 기대가 많지만 감소하기도 힘든 형편이다. 트리플위칭 데이인 금요일에는 산업생산, 공장가동률, 소비자신뢰지수 등이 대기하고 있다. 5월 산업생산이 부진할 경우 여덟달째다. 미시건대학 6월 소비자신뢰지수는 전달 수준이거나 낮아진다는 게 중론이다. 공화당 정부의 대대적인 감세에 따른 세금환급을 앞둔 기대가 반영될 여지도 있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금리를 여섯 차례 낮출 여지가 있는 지 논란이 예상된다. 목요일 생산자물가에 이어 금요일에는 소비자물가가 발표된다. 장기 금리가 단기와 멀어지고 있고, 이는 인플레이션 기대를 셈한 결과라는 설명이 많다. 물가는 그린스팬 말마따나 구매자가 가격결정권을 쥔 상황이기 때문에 안정권에 들어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원유가 상승 등 비용요인을 고려할 때 안심할 수는 없는 수준으로 관측된다. 이에 따라 과감하게 금리를 낮춘 만큼 이제 물가를 걱정할 때도 됐다는 로렌스 메이어 FRB 이사의 강경론이 드세지겠다. 한경닷컴 백우진기자 chum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