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미국 대통령이 휴일 전격적으로 선포한 '철강전쟁'소식이 서울증시에도 암운을 드리우고 있다. 미국의 철강수입규제 발표 하루만인 7일 거래소시장에서는 포항제철이 10만원선을 하향돌파한 것을 필두로 40여개에 달하는 철강관련 종목의 주가가 대부분 지수하락률을 넘어서는 하락세를 보였다. 증시의 철강.금속담당 애널리스트들은 "정책이 현실화될 때까지 추이를 지켜보자"는 신중론속에 실제 정책집행까지는 시간이 오래 걸리므로 그 효과가 반감될 것이라는 낙관론과 미국시장에 빗장이 걸리는 데 따른 악영향과 함께 그 연쇄파급효과를 우려하는 견해가 엇갈리고 있다. ◆철강수입규제조치, 실제정책은 완화될 가능성 높아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부시 대통령의 엄포에도 불구, 실제 수입규제는 미 철강산업의 현황과 정치적 요인을 고려할 때 상당수준 완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증권의 박준영 연구위원은 "미국이 철강을 수입하는 근본 이유는 지난 96년이후 미 철강업계가 설비투자를 하지 않은데 따른 물량부족과 낮은 경쟁력 때문"이라며 "이미 미국에 수입되는 연간 3천300만t의 외국산 철강제품중 30∼40%가 반덤핑관세 등 규제조치를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이번 규제조치는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엄포'를 놓았음에도 결국은 기존 수입제한조치의 연장선상에서 이뤄지는 수준에 그칠 것으로 박 위원은 전망했다. 미국 국내의 상황도 실제 강력한 철강수입규제를 실행하는데 큰 장애물이 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박 위원은 "경쟁력이 낮은 철강업계를 위해 미 정부가 규제조치를 강화할 경우 가격상승과 물량부족 등 그 부담은 자동차와 같은 후방산업이 고스란히 떠안게 된다"며 "철강업계만을 위해 미 정부가 강력한 수입규제를 실행할 가능성이 높다고 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대미 직접수출보다는 연쇄효과 통해 국내 철강회사 괴롭힐 듯 기본적으로 우리 상장철강사들의 대미수출물량이 크지 않기 때문에 미국수출감소로 입는 부정적 효과는 크지 않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HSBC증권의 이석제 애널리스트는 "포철의 경우 연간 생산량의 3%가량만 미국에 수출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그보다 우려되는 것은 각국의 대미수출이 막힐 경우 그물량이 한국의 주수출대상인 아시아시장으로 흘러들어 철강가격 하락 등을 부추길 가능성"이라고 말했다. 더구나 이번 수입규제조치는 한국,일본 등 아시아국가보다는 미국에 연간 640만t 가량의 철강재를 수출하는 EU를 겨냥한 것이어서 미국판로의 감소로 한국업체들이 입는 직접적 효과보다는 국제철강시장의 가격교란, 그리고 이로 인한 실적악화라고 이 애널리스트는 덧붙였다. ◆철강주, 일시충격후 제자리 찾을 듯 증시의 철강담당 애널리스트들은 전반적으로 이번 조치가 물론 철강주의 주가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겠지만 이것이 철강주들의 장기폭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데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현대증권의 박 연구위원은 "일시적 충격은 불가피하다"고 전제하고 "그러나 미국도 EU의 보복조치 등을 감안해 강도높은 조치를 취할 가능성은 높지 않은 편이라 이번 발표로 철강주는 일시 폭락후 균형선을 회복할 것"으로 전망했다. HSBC의 이 애널리스트도 "미국의 규제가 실행될 때 가장 큰 충격을 받을 쪽은 한국보다는 일본"이라며 "더구나 감산 등을 통해 가격조절에 나설 경우 생각보다 충격은 크지 않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서울=연합뉴스) 김종수기자 jski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