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생활 20년째인 A씨는 요즘 과감한 결단을 내렸다. 예금금리가 떨어지자 그동안 모아놓은 5천만원의 예금 가운데 절반을 뚝 잘라 가치주펀드에 가입했다. A씨가 투자한 상품은 대우증권이 판매한 개방형 뮤추얼펀드 "밸류파인더 1호".가치주 시대가 열리고 있다는 최근의 분위기를 보고 내린 선택이다. A씨는 또 자기재산중에 부동산이 너무 많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경기도에 있는 땅중 일부를 팔아 그 돈은 직접 주식에 투자하기로 했다. 그렇다면 무엇을 사야할까. 고민하는 A씨에게 친구인 B씨는 "주식을 사려고 하지 말고 기업을 산다는 기분으로 투자하라"고 조언했다. 순간 A씨는 빌 게이츠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 갑부가 됐다는 세계적 펀드매니저 워런 버핏이 떠올랐다. 버핏의 투자철학은 저평가 종목을 발굴해 장기투자한다는 것.심지어 코카콜라와 아멕스 주식을 평생동안 보유하겠다고 선언했다는 이야기가 A씨의 기억에 남아 있었다. A씨는 그래서 증권사로 달려갔다. 직원에게 내재가치가 뛰어나지만 저평가된 주식을 찾아달라고 했다. 증권사 직원은 실적이 좋으면서 저평가된 몇몇 실적 우량주를 골라줬다. A씨는 "10년 20년 뒤에 자식에게 재산으로 물려줄만한 우량주식은 없을까"하며 추천종목의 기업내용을 살폈다. A씨처럼 저금리 저성장 시대에는 주식,그것도 가치주에 직·간접 투자하는 것은 시대적 흐름이다. 인구구조가 항아리형으로 변함에 따라 노후대책으로 주식투자 비중이 확대될 수밖에 없다. 소득 수준이 높아질수록 개인재산의 포트폴리오에서 주식이 차지하는 비중은 높아지게 마련이다. 가치주에 대한 장기투자의 확산은 자산관리 패턴 변화 중 가장 큰 흐름으로 자리잡고 있다. A씨가 가입한 가치주펀드 '밸류파인더1호'는 시장에서 소외된 가치주에 장기투자하는 상품이다. 편입자산의 60%를 가치주에 투자하고 위험을 줄이기 위해 일부는 파생상품에 투자하는 펀드다. 회전율을 연간 3백%로 제한해 장기투자를 할 수밖에 없는 상품구조를 만들었다. 대우증권뿐 아니라 각 증권사가 앞다퉈 가치주펀드 판매에 나서고 있다. 굿모닝증권도 지난 1일 굿밸류펀드를 내놓았다. PER(주가수익비율) 등 8개 지표 가운데 5개 이상을 충족하는 30개 종목에 장기투자한다는 것이다. 삼성증권은 가치주의 특징 중에서도 배당에 초점을 맞춘 배당플러스혼합투자신탁상품을 팔고 있다. 이 상품은 배당성향이 높은 우량종목에 투자해 수익률을 높인다는 운용전략을 투자자들에게 제시하고 있다. 한화증권도 1일부터 가치 중심의 장기투자를 원칙으로 하는 '템플턴그로스1호주식'을 팔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 사이에는 가치주에 대한 장기투자가 일반화돼 있다. 한 외국인은 "한국의 경제규모는 10년 전에 비해 1.5배나 커졌는데 주가는 마냥 제자리걸음"이라며 "외국인 입장에서는 지금이 한국 주식을 싸게 살 수 있는 적기"라고 말했다. 국내에선 최대 연기금 기관투자가인 국민연금이 가치주 장기투자에 나서 가치주 투자를 확산시키고 있다. 이달 중에 투신운용 자산운용사에 6천억원의 돈을 맡기면서 매매를 최대한 자제하고 가치주를 사들여 2년 동안 보유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한국 증시는 기업회계의 불투명성이나 증시 환경의 제약 때문에 내재가치에 비해 저평가된 측면이 있다. 그러나 투명회계가 정착되고 있는 시점이어서 가치주에 대한 장기투자가 한국 증시와 경제를 한꺼번에 살리는 밑거름이 될 것이다. 최명수 기자 may@hankyung.com < 한경.대우증권 공동기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