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보윤 하나경제연구소 투자분석총괄팀장은 "가치투자론자"다. 지난해 말 자산가치를 근거로 "종합주가지수가 460 이하로는 하락하지 않는다"며 희망론을 내놓았던 주인공이다. PBR(주가순자산비율)을 전체 시장에 적용시키고 시중자금 흐름을 주의 깊게 살펴본 결과 그런 판단을 내렸다. 그런 그가 지금은 "종합주가지수가 당분간 600~640의 박스권에서 횡보할 것"이라며 "하이닉스반도체 대우자동차 현대투신증권 등 3개 회사 구조조정과 경기 회복에 대한 구체적인 시그널이 현 증시의 최대 변수"라고 진단했다. -작년말 희망론을 주장한 근거는 무엇인가. "정상적인 시장이라면 시가총액이 가장 보수적 투자척도인 자산가치(자기자본총계)를 넘어서야 한다. 30%의 청산비용을 감안해 PBR 0.7배를 적용시켰을 때 종합주가지수는 460이었다. 그래서 주가가 그 이하로 가지 않을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PBR가 0.7배 이하인 종목이 많지 않았나. "상장기업의 순자산총계 대비 시가총액 비율은 0.42배까지 하락한 적도 있다. 그러나 그것은 잠시 잠깐에 불과하다. 과거 경험을 보면 곧바로 시장가치가 자산가치 수준으로 회복되는 경향이 있었다" -주가가 추가 하락할 가능성은 없는가. "추가 하락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지난 1월부터 은행권의 개인금융자산이 투신권 등 2금융권으로 흘러 들어오고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실제로 총유동성(M3:현금성 통화+은행예금+비은행권 예수금)에서 총통화(M2:현금성 통화+저축성 예금)가 차지하는 비율이 지난 96년부터 상승했다가 지난해 말부터 줄어들기 시작하고 있다" -M2/M3 비율이 지난 96년부터 상승했는데도 98년 하반기부터 주가가 오르지 않았는가. "96년 이후 은행권으로 돈이 몰려드는 와중에도 98년 하반기부터는 뮤추얼펀드 붐이 일면서 M3 중에서 주식형 펀드의 비중이 늘어 그런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M2/M3 비율이 증가세에서 감소세로 반전하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나. "기관투자가의 매물 압박이 더 이상 심화되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의미한다. 특히 최근 주식형 펀드의 잔고가 바닥 수준에 와 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금리 요인은 어떻게 보는가. "국고채 금리와 AAA-등급 BBB+등급 회사채 간의 금리 격차가 좁혀지고 있다. 주식이나 채권 투자위험에 대한 프리미엄이 축소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더불어 외국에서 돈을 조달하는 외평채 가산금리도 하락하고 있다. 이는 한국의 국가위험이 줄어든다는 것을 뜻해 외국인이 투자를 확대하는 여건이 된다" -주가가 상승 추세로 반전한다는 것인가. "아직 속단하기는 이르다. 하이닉스반도체 등 3개 기업의 구조조정과 경기회복에 대한 구체적인 시그널이 관건이다. 두가지 변수 때문에 주가는 당분간 600∼640의 박스권에서 움직일 것으로 본다" -경기상황은 어떻게 보나. "경기의 전방산업인 화학.철강 업종에서 아직 구체적인 경기 회복 징후가 나타나고 있지 않다. 이 업종의 주가는 올랐지만 기대심리에 따른 것일 뿐이다. 미국 경기도 소비가 늘어났지만 이는 올들어 연방기금 금리를 잇따라 인하한데 따른 일시적인 효과일 뿐이다. 국내에서도 주력 업종인 PC 수출의 회복 징후가 없다. 더욱이 기업의 설비투자가 지난해 12월 이후 계속 줄어들고 있어 경기가 회복했다는 증거를 찾기 어렵다" -그렇다면 현재 주가가 당분간 답보상태를 보일 것이라는 이야기인가. "그렇다. 따라서 단기적으로 보유자금의 절반 정도는 현금으로 확보해야 한다. 나머지 절반은 기업의 구조조정과 경기 회복이라는 두 가지 변수에 대해 확률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구조조정 변수가 호전된다면 관련 업종과 은행주가 유망하다. 반면 경기 호전의 징후가 뚜렷해진다면 경기 관련주가 상승탄력을 받을 것이다. 두 가지 변수가 좋아진다면 연내에 주가는 750선까지 갈 수 있다" 최명수 기자 m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