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지수가 사흘째 조정 국면을 이어갔다. 그러나 하반기 경기회복과 상승장에 대한 기대감이 충만, 지수는 지난 사흘 동안 채 5포인트도 되지 않는 좁은 박스권에서 움직였다.

간밤 나스닥지수가 이레만에 내림세로 돌아서며 3.04% 급락했지만 국내외 증시는 한번 거쳐야할 조정이라며 부담을 느끼지 않는 모습이었다.

장을 무겁게 하는 소식에도 시장은 그다지 흔들리지 않았다. GM이 2 3일로 예정돼 있던 대우차 인수제안서 제출을 늦췄다. 또 모건스탠리 딘위터 증권이 삼성전자에 대한 투자의견을 중립으로 하향조정했다.

향후 국내외 경제를 놓고 전날 강봉균 KDI 원장과 로버트 루빈 시티그룹 회장 등이 하반기, 나아가 4/4분기 반등에 의구심을 던졌다. 유럽 경제의 최대 주주인 독일의 지난 1/4분기 GDP 성장률이 예상보다 저조했다는 보도는 아예 주목조차 끌지 못했다.

시장 심리는 투자와 수출이 부진한 가운데서도 생산과 소비는 회복되고 있다는 긍정적인 방향에 기울어 있었다. 산업은행이 한국전력의 민영화를 돕기 위해 6개 발전자회사의 국내외 차입금을 지급 보증하겠다는 방침이 알려지면서 한국전력 주가가 탄력을 받는 등 시장은 재료를 찾느라 장중 내내 분주했다.

24일 거래소에서는 포항제철, 삼성전자, 한국통신 등 시가총액 상위 5개 종목이 외국인 매도세에 눌리며 장중 내내 기를 펴지 못했다. 반면 기계, 섬유의복, 건설, 전기가스, 화학, 운수창고 등 소외 업종을 중심으로 한 개별 종목의 약진이 더욱 두드러진 하루였다.

블루칩 약세로 610선까지 밀렸던 종합주가지수는 외국인 매수세를 받은 선물이 프로그램 매수를 유발, 결국 622.28 약보합세로 거래를 마쳤다. 전날보다 0.32포인트, 0.05% 떨어졌다. 코스닥지수는 전날보다 0.15포인트, 0.18% 상승한 823.01을 가리켰다.

거래소에서는 5억4,321만주, 2조3,667억원 어치의 손이 바뀌었으며 코스닥에선 4억6,552만주, 2조1,085억원이 오갔다.

프로그램 매수세는 장 종료 10여분을 앞두고 집중, 지수를 상승세로 돌려놓으며 일중고점을 624.46까지 끌어올렸다. 그러나 마감 동시 호가에서 은행권이 LG전자 주식 915만주, 1,666억원 어치를 집중 매도하면서 지수는 다시 보합권의 아래 쪽으로 밀려났다

거래소에서 장중 7거래일만에 매도 전환했던 외국인은 시간외거래에서 LG전자를 사들이며 매수우위로 다시 돌아섰다. 외국인은 이날 978억원 순매수했다.

◆ 외국인의 선물 = 선물이 이틀째 대규모 프로그램 매수세를 불러 들이고 있다. 덕분에 종합지수는 조정 다운 조정 없이 이틀째 620선에서 맴돌며 느긋하게 매물벽을 뚫고 있다.

전날인 23일 프로그램 매수는 차익, 비차익 합쳐 1,268억원이 유입됐다. 24일에도 프로그램 매수 규모는 1,441억원에 달했다. 반면 최근 이틀 동안의 매도 규모는 889억원에 그치고 있다.

이와 같은 대규모 프로그램 매수세는 특히 장 막판에 집중되며 주가 조정폭을 좁혔다. 23일엔 616.56까지 추락했던 종합지수를 622.60으로 6.10포인트 끌어 올렸고 24일에도 일중 저점 612.62에서 일중 고점인 624.46까지 11.84 포인트나 지수를 끌어 올리는 ‘괴력’을 발휘했다.

그렇다면 프로그램 매수를 유도하는 외국인 선물 매수 공세에 대해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일단 시장 관계자들의 시각은 긍정적인 쪽으로 모아진다.

최근까지 주로 현물시장 헤지용으로 선물에 접근하던 외국인 태도가 180도 바뀌고 있다는 주장이다. 중장기 관점의 포지션 트레이딩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조금은 성급한 설명도 들린다. 결국 국내 경기 회복과 상승장에 대한 강한 자신감의 표현이라는 분석이다.

신영증권 김인수 거래소팀장은 “현재 외국인의 누적 순매수 잔고가 약 1만2,000 계약 수준으로 이는 99년 5월 이후 최대 규모”라며 “이 같은 공격적 매수 패턴은 외국인이 국내 증시에 대해 낙관적인 전망을 갖고 있다는 반증”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지수선물이 엿새째 상승하자 ‘세력 개입설’ 등 의혹에 찬 시선도 차츰 짙어지고 있다. 특히 24일엔 ‘남도 J세력’에 ‘홍콩 물고기’ 등의 세력 이름이 구체적으로 거론됐으며 외인을 가장한 ‘검은 머리’라는 루머도 장을 어지럽혔다.

선물시장의 한 관계자는 “종합지수 600선 돌파의 근거인 구조조정 관련 재료나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받쳐주면서 외국인도 긍정적인 시각으로 전환한 것은 사실”이라며 “그러나 이렇게까지 매수를 유지한 것은 예상밖”이라고 밝혔다.

외국인은 지난 21일 1,965억원을 시작으로 22일 368억원, 23일 1,209억원, 그리고 24일엔 815억원 어치 선물을 순매수했고 지수선물은 엿새째 강세를 이어오고 있다.

◆ 하방경직성은 확보 = 시장 관계자들은 대우차, 현대 투신 등 구조조정 방안이 가시화되고 새로운 주도주가 등장하기 전까지는 조정이 계속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그러나 고객예탁금이 9조원대를 회복했고 연기금, 은행, 투신 등 대기매수세가 버티고 있는 등 수급 상황이 긍정적이어서 지수의 하방경직성은 어느 때보다 강하다는 설명이다.

이러한 에너지를 바탕으로 600~630대 매물벽 돌파와 전고점인 627선 회복 시도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대신경제연구소 조용찬 책임연구원은 “600~630대는 약 100억주 규모의 매물대 위치한 곳”이라며 “시장에 대한 기대감이 튼튼한 상황에서 630선 돌파 시도는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시장의 경우도 한꺼번에 급등하지는 않을 것이지만 최근 잇따른 금리인하 이후 상승쪽에 무게를 두고 있고 국제자금도 미국으로 향하는 모습이 목격되고 있어 장세가 급격히 악화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 국내 달러/원 환율이나 금리사정도 하향 추세로 나쁘지 않아 외국인에 긍정적 인상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단기적으로는 국내 시장이 전고점 돌파 무산, 거래량 축소 등으로 단기 조정을 보이는 시점에서 투기성 매매까지 가세된 점을 고려할 때 미국시장의 조정 모습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다우지수는 11,000선, 나스닥지수는 2,200선이 지지되는 것을 확인하라는 얘기다.

한편 미국은 24일 주간 실업수당 신규신청건과 신규주택판매동향이 발표된 뒤 25일에는 1/4분기 경제성장률 잠정치와 디플레이터, 4월 내구재 주문 동향, 4월 기존주택 매매, 5월 미시건대학 소비자신뢰지수 등을 쏟아낸다. 주말을 쉬고 다음주 월요일인 28일은 추모의 날로 공휴일이다.

한경닷컴 임영준기자 yjun197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