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위기는 이어졌다.

전날 전고점 돌파 실패에 따른 후유증이 예상됐지만 차익매물을 무난히 소화, 견고한 투자심리가 다시 확인된 하루였다.

이날 종합지수 상승은 외국인의 지수선물 매수가 주요한 힘이 됐다. 외국인의 지수선물 매수에 의한 프로그램 매수가 840억원 이상 유입됐다. 외국인은 이날 7,500계약의 신규매수를 바탕으로 3,100계약을 순매수, 사흘째 순매수기조를 유지하며 장을 띄웠다.

외국인의 선물매수는 종전의 투기적 양상이라기 보다는 긍정적 시황관에 기초한 것으로 해석됐다. 또 고객예탁금이 큰 폭으로 증가하며 7일만에 9조원대를 회복한 것도 긍정적인 신호로 여겨졌다. 개인의 최근 주식 매도자금이 시장을 벗어나지 않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당분간 소폭 등락을 거듭하는 횡보 조정국면 전개를 예상하는 목소리도 높다. 나스닥지수의 엿새 상승이 부담스럽고 최근 주가 급등 이후 전고점 돌파를 위한 새로운 재료가 없다는 것이다.

이날 건설을 비롯해 유통, 섬유의복, 종이목재 등 내수관련 및 중저가 소외주로 매수세가 흩어지는 양상이 나타난 것은 이같은 분위기를 대변하는 것으로 해석됐다. 상승종목이 570개를 넘어섰지만 대부분 중소형주 위주였다.

23일 종합주가지수는 전날보다 4.61포인트,0.75% 상승한 622.60에 마감했다. 코스닥지수는 한통프리텔 등 대형통신주와 인터넷주가 하락하며 이틀 연속 내려 0.92포인트 낮은 82.86에 거래를 마쳤다.

대우와 대우중공업이 시장에서 빠지면서 거래량이 5억주대로 줄었고 게다가 중소형주 위주장세가 펼쳐져 거래대금은 2조4,500억원에 그쳤다.

◆ 재료주, 소외주 찾아 발품 = 이날 시장에서는 뚜렷한 상승모멘텀을 제공할 재료공백과 지수급등에 따른 부담감으로 증시자금이 싼 종목을 찾아 몰려다니는 국면이 연출됐다.

대우와 대우중공업이 상장폐지되면서 갈곳을 잃은 자금이 관리종목에까지 옮겨다녔다는 설명이다.

건설주는 이날 정부의 건설경기 부양책이 가시화되며 5% 이상 상승하며 최대 오름폭을 기록했다. 현대건설, 고려산업개발, 우방, 대호, 한신공영, 일성건설 등이 가격제한폭까지 뛰어올랐다.

유통관련주도 강세를 보였다. 해태유통이 상한가를 기록했고 약세를 보인 현대백화점을 제외한 신세계, 미도파, 대구백화점, 동양백화점, 현대DSF 등이 동반 상승했다. 해태제과, 세양선박, 한보철강, 삼미, 한일합섬 등 기타 저가 중소형 개별주 강세가 돋보였다.

코스닥시장에서도 신용카드 가맹의무를 확대한다는 소식으로 카드관련주가 상승하는 등 개별 재료주 중심의 장세가 나타났다.

최근 블루칩, 옐로칩에 이어 매수세를 모았던 은행, 증권주가 이날 상승세를 이어갔지만 역시 종목간 등락이 엇갈려 저가 매리트가 상당히 줄었음을 나타냈다.

◆ 반도체주, 의연한 오름세 = 삼성전자는 이날 국제 반도체가격 지속 하락 등 악재를 딛고 올라서면서 분위기를 살렸다.

메모리반도체 국제가격은 지난 22일 128메가D램 주요품목이 3달러선까지 붕괴된데다 미 반도체장비협회(SEMI)는 이번 회계연도중 반도체장비 출하량이 전년대비 27% 감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게다가 북미 지역 반도체 장비 수주 대 출하량 비율은 8개월째 감소세를 보이며 지난 10년래 최저수준을 나타냈다.

미 증시의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도 1.62% 내려 하락압력을 넣었다. 삼성전자는 그러나 이날 장시작과 함께 하락했을 뿐 이내 상승세로 돌아서며 종합지수 상승반전에 크게 기여했다. 외국인은 이날 삼성전자를 206억원 어치 사들여 주가 강세에 기여했다. 최근 닷새연속 삼성전자를 순매수하고 있다.

이러한 삼성전자의 이례적인 움직임에 대해 시장관계자들은 최근 모건스탠리지수(MSCI)편입비중 변경과 국가신용등급 상향조정 가능성 등을 거론하고 있다. 여기에 세계적 신용평가업체 무디스가 지난주 삼성전자의 신용등급을 한단계 높인 것도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2/4분기 반도체 경기가 지난 1/4분기보다 악화될 것이라는 전망에서 최근 삼성전자 강세가 지속될 지에 대해서는 회의론이 우세하다. 삼성전자 주가는 이날 23만5,000원으로 올라 지난 4월 19일의 연중최고치와 타이를 기록했다.

◆ 미 GDP 잠정치 주목 = 재료공백 상황에서 주가는 당분간 낙관적 시황관을 기반으로 저점을 높이면서 횡보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지금 지수대는 물량소화과정이 진행되는 곳이며 따라서 체력보강을 위한 숨고르기 장세가 예상된다는 것이다.

삼성증권 김지영 투자정보팀장은 "지수가 조정을 받더라도 하락폭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나 뚜렷한 호재가 나타나지 않을 경우 조정기간이 좀 길어질 가능성은 있다"고 말했다.

김 팀장은 "정보기술 산업의 경기전망이 추가 상승을 위한 관건"이라며 "오는 25일 발표되는 미국의 1/4분기 GDP잠정치 자료에서 정보기술 분야의 구매동향이 주목된다"고 말했다.이 수치를 통해 미국과 한국의 기술주 움직임이 도출되면서 시장이 가닥을 잡을 것이라는 게 그의 예상이다.

대신증권 조용찬 책임연구원은 "외국인의 매수세 소강을 채워줄 개인과 기관의 움직임이 활발하지 못해 조정국면이 한동안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LG투자증권 박준범책임연구원은 "외국인 선물매수를 아직 추세적인 것으로 단정하기는 힘들지만 종전과 같은 투기적인 양상이 아니라는 점이 긍정적"이라며 "이는 증시주변여건 개선에 대한 기대로 매도 보다 매수에 더 집착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 연구원은 "개인은 전체적으로는 순매도를 기록하고 있지만 저가매수에 몰두하고 있어 증시자금 유출은 우려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따라서 지수조정시 추가상승 기대감을 가지고 투자비중을 유지할 것을 권했다.

대우증권 이종우 투자전략팀장은 "그동안 급상승에 따른 조정은 충분히 예상되고 있다"며 "시장의 힘이 상당해 지수가 꾸준히 매수를 모아가고 있는 양상"이라고 말했다.

신영증권의 김인수 투자전략팀장은 "단기적 과열신호에도 전날 전고점에 부딪히면서 경계감이 일어났지만 시장 에너지는 크게 위축되지 않는 분위기"라며 "종목 전반으로 골고루 상승해 시장안정감은 크지만 마땅한 매수종목을 찾기는 상당히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경닷컴 한정진기자 jj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