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상장기업의 주가가 "IMF한파"가 몰아쳤던 지난 98년 수준과 큰 차이가 없을 정도로 저평가돼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최근 주가가 상승세를 타고는 있지만 상장기업 10개중 7개 이상의 주가가 청산가치에 못미칠 정도로 저평가돼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증권거래소에 따르면 12월 결산 법인중 올해 1.4분기 보고서를 제출한 5백32개사(금융업 제외)의 보통주 주가(5월22일 종가)를 주당순자산으로 나눈 주가순자산비율(PBR)은 전체의 71.99%(3백83사)가 1미만인 것으로 나타났다.

PBR는 주가를 주당 순자산으로 나눈 것으로 1미만이면 자산가치에 비해 주가가 낮게 평가돼있다는 의미다.

올해 1.4분기를 기준으로 한 5백32개 상장사의 평균 PBR는 0.89로 전년 동기의 1.03에 비해 낮아졌다.

◇PBR추이=지난 96년 말에는 PBR가 1미만인 상장사가 전체의 51.8%였다.

그러나 ''IMF 한파''의 여파로 98년 5월에는 80.8%로 증가했다.

99년 6월 하순에는 비율이 55.5%로 줄었다가 작년부터 다시 큰 폭으로 늘었다.

작년 5월22일을 기준으로 PBR가 1미만인 상장사가 전체의 74.06%(3백94개사)까지 올랐다가 올들어 지난 5월22일 현재 71.99%(3백83개사)로 약간 낮아졌지만 여전히 70%대를 웃돌고 있는 실정이다.

국제적으로도 국내 기업들의 PBR가 외국 기업에 비해 낮다.

증권거래소가 지난해 뉴욕 및 도쿄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시가총액 상위 10위 기업들과 국내 10위 기업의 평균 PBR를 비교·조사한 결과 뉴욕 10.58배,도쿄 6.18배,한국 2.29배로 각각 나타났다.

◇10대 그룹 PBR=한국을 대표하는 10그룹 가운데 주당순자산이 전년 동기 보다 늘어난 그룹은 삼성 LG 현대자동차 롯데 등 4개에 불과했다.

삼성의 주당순자산은 3만2백55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3.01%나 증가했다.

LG도 1만9천9백46원으로 17.93% 늘었다.

반면 현대는 계열사들의 유동성 문제로 50.37%나 감소했고 금호(-20.44%),한진(-15.55%),포항제철(-6.39%) 순으로 감소폭이 컸다.

◇코스닥 등록기업=코스닥시장이 관리종목과 금융업을 제외한 12월결산법인 4백84개사의 지난 1·4분기 PBR를 조사한 결과 모두 96개사의 PBR가 1을 넘지 못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PBR가 1미만인 기업 수는 벤처기업과 일반기업이 각각 17개사,79개사로 일반기업의 주가 저평가 정도가 훨씬 심했다.

조사대상 전체로 보면 벤처기업의 경우 평균 PBR가 2.25배,일반기업의 평균 PBR는 1.82배로 2000년 결산(4월10일 주가 대비 작년 말 주당순자산가치)때의 1.60배와 1.32배보다는 높아졌다.

◇분석=외국인이 한국증시에 등을 돌리지 않고 꾸준한 매수세를 유지하는 것은 그만큼 국내 주식시장이 저평가돼 가격메리트가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기업 가치에 비해 주가가 훨씬 저평가돼 있는 만큼 상대적으로 상승 여력이 많은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는 것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국내 상장 기업들의 주가가 현저히 저평가된 것은 일부 대기업의 유동성 문제와 경기악화에 따른 주식시장 침체를 반영한 것"이라면서 "상장기업들이 주식시장에서 제대로 평가받아야 외자유치를 통한 구조조정도 원활히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건호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