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금융시장에서 외평채 가산금리가 사상 최저(가격은 최고)를 기록했지만 한국의 신인도가 그만큼 회복됐는가에 대해서는 적지않은 논란이 일고 있다.

외평채 가산금리 하락폭은 올들어 1%포인트에 달해 아시아국가 채권중 가장 크다.

미국의 금리인하 등이 주요인임은 물론이다.

그러나 국내외 금리역전 현상 속에 국내 금융기관들이 대거 외평채 ''사자''에 나선 점도 무시할 수 없다.

국가신인도를 재는 척도로서의 기능이 퇴색되고 있는 것이다.

◇ 금리하락폭 최대 =10년만기 외평채는 작년말 미 국채에 2.40%를 붙여 거래됐다.

그러나 이달 21일 가산금리가 1.38%까지 떨어졌다.

작년말보다 1%포인트, 발행당시 가산금리(3.55%)에 비해선 2.2%포인트가량 내린 것이다.

외평채 금리하락폭은 아시아 국채중 가장 크다.

그만큼 인기가 높았다는 얘기다.

외평채와 경쟁관계인 말레이시아 국채는 0.13%포인트 떨어진데 그쳤다.

지난달 정정불안으로 오히려 금리가 치솟았다가 이달들어 겨우 회복됐다.

중국 태국의 국채도 올들어 0.5∼0.7%포인트 하락했을 뿐이다.

◇ 왜 강세인가 =한은은 △공급부족 △대체투자물 부각 △국내 금융기관 매입 등을 이유로 꼽았다.

미국 FRB의 금리인하(2%포인트)로 미국내 각종 채권수익률이 떨어졌다.

해외 유수 기관들은 대체 투자대상으로 ''아시아물'', 특히 비교적 상황이 개선된 ''한국물''을 선호하게 됐다.

이것만으론 설명이 모자란다.

외평채 40억달러중 3월말 현재 10억8천5백만달러(27.1%)를 국내 금융기관들이 샀다.

특히 보험사는 이중 70%인 7억5천만달러를 투자했고 올들어서만 2억3천만달러어치를 샀다.

자금을 장기로 굴려야 하는 보험사들은 국고채보다 외평채 금리가 높아 ''금리 따먹기''에 나섰다.

외평채 금리(미 국채수익률+가산금리)는 연 6.8%선.국고채가 지난 3월에 5%대였고 지금도 6.5% 안팎인 점을 감안할때 외평채로 돈이 몰리는 이유를 알수 있다.

◇ 신인도 회복됐나 =외평채 가산금리 하락은 사실상 한국의 대외신인도와 큰 연관이 없다는 분석이다.

작년에 외평채 가산금리가 현대 사태 등으로 0.80%나 올랐다가 제자리를 찾는 가운데 국내외 수요가 가세한 때문이지 신인도가 높아져 내린 것은 아니란 얘기다.

한은 관계자는 "가산금리가 너무 급격히 내려 국가신용등급이 높아지지 않는 한 추가 하락은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방한한 무디스 실사팀은 부실 대기업이 제대로 처리돼야 신용등급을 올릴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한국의 신용등급은 1년반동안 ''BBB''에 머물러 있다.

오형규 기자 o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