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증시의 나침반인 미국 나스닥 시장이 빠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21일(이하 미국시간) 나스닥 지수는 올해 최저치를 기록했던 지난 4월4일에 비해 41%나 오른 장세를 나타냈다.

또 같은 날 다우존스지수는 11,300선대로 올라서 지난해 1월 이후 16개월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오는 28일 메모리얼데이를 앞두고 단기급등에 따른 반작용으로 조정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그렇더라도 무엇보다 주목할만한 것은 최근 뉴욕 월가에서 미국 증시가 나스닥 지수를 중심으로 대세상승국면에 진입한 것 아니냐는 시각이 본격적으로 고개를 들고 있다는 점이다.

◇ 대세상승을 둘러싼 논란 가열 =뉴욕 월가의 시장전략가들 사이에는 요즘 미국 증시가 대세상승기에 진입한 것인가를 놓고 찬반 견해가 팽팽히 맞서 있다.

먼저 대세상승국면에 접어들었다고 보는 시각의 경우를 들면 리처드 딕슨의 전략가인 힐리아드 라이언즈는 "여전히 침체장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지만 최근 장세는 99년 4월부터 2000년 3월까지 지속된 상승장보다 더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USB 파이퍼 제프리의 브라이언 벨스키와 같은 전략가는 "대세상승기에 접어들기 위해서는 기업실적이 뒷받침돼야 한다"며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투자자들이 매수시기를 고민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 과연 대세상승기에 진입했나 =미국 증시가 대세상승기에 접어들기 위해서는 최소한 세 가지 요건이 충족돼야 가능하다.

무엇보다 경기요인이 뒷받침돼야 한다.

이 관점에서는 앞으로의 미국경기 전망에 대한 견해가 엇갈리고 있으나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가장 중시하는 장단기 금리차(10년 국채-3개월 CD)로 볼 때 장기금리가 1.3%포인트 높아 미국 경기의 회복가능성을 예고해 주고 있다.

또 증시주변의 자금사정도 좋아야 한다.

미국은 올들어 다섯차례에 걸친 금리인하로 4월말 총통화(M2) 증가율이 15%에 달하는 등 모든 통화지표들이 98년 9월말의 금리인하 이후 강세장이 시작됐던 99년 4월 이전보다 높은 수준이다.

자금사정이 풍족하다는 얘기다.

증시주변의 자금사정이 좋더라도 투자자들의 투자심리가 호전돼야 실질적으로 대세상승기에 진입할 수 있다.

AMG 데이터서비스 자료에 따르면 미국의 지난주 주식형 뮤추얼펀드에 대한 자금유입 규모는 8억3천만달러에 이를 정도로 자금유입 속도가 빨라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심리가 급속도로 호전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 불안요인 해소가 관건 =그런 점에서 보면 일단 미국 증시가 대세상승국면에 진입할 수 있는 세가지 요건은 충족됐다고 할 수 있다.

문제는 앞으로 미국 증시가 99년 4월 이후 1년간 지속됐던 것처럼 확실한 대세상승국면의 모습을 보일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이 문제에 대해 전문가들은 두가지 불안요인이 해소돼야 가능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하나는 추가 경기침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는 정보기술(IT) 부문의 재고조정과 고용통계 악화에 따른 ''역소득 효과(실업증대→소득감소→소비위축→추가 경기침체)''를 어떻게 방지할 수 있는가의 여부다.

다른 하나는 미국 경기가 본격적으로 회복되기에 앞서 급격히 높아지고 있는 인플레 심리로 하반기부터 금리인상국면으로 돌아설 가능성이다.

결국 미국 증시가 앞으로 대세상승국면에 접어든다 하더라도 기조적으로 안정적인 대세상승을 보였던 99년 4월 이후에 비해 불안한 모습을 띨 가능성이 높다고 월가의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한상춘 전문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