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고점을 돌파하고 가자, 재료와 모멘텀이 충만하다."
"경기, 문제는 있다, 그러나 돌파 뒤에 생각하자."

종합지수가 지난주 600선을 돌파한 뒤 한 차례 조정을 받을 것으로 생각됐으나 예상을 깨고 곧바로 620선을 향해 수직 상승하자 시장 분위기가 전고점 돌파를 수용하는 쪽으로 바뀌고 있다.

개인 매수세가 탄탄하고 기관도 매수에 조바심을 내기 시작했다. 외국인 대량 순매수가 이어졌고 시장 상승을 겨냥한 외국인의 선물 대량 순매수와 콜옵션 가격 상승도 만만치가 않다.

미국 증시가 다섯 번째 금리인하 이후 다우지수가 저항선으로 여겨진 11,000대를 돌파했고 나스닥지수도 2,250대의 저항선을 돌파하지 못했지만 전약후강의 버티기가 이뤄지고 있다.

달러/엔의 123대 안정감에 달러/원 환율이 1,300원대 초반에서 자리를 잡는 모습이고 국내 금리도 하향성을 남긴 채 3년만기 국고채 수익률이 6.50%를 중심으로 변동성이 축소됐다.

재료도 상황논리도 풍부하다. 모건스탠리 캐피탈 인터내셔널(MSCI) 지수 변경에 따른 수혜 기대감으로 관련종목이 들어올려졌다. 무디스의 국가신용평가팀의 활동은 외평채 가산금리 사상 최저치 뉴스와 함께 외국인 매수세의 근저에는 ''뭔가'' 메가톤급 재료가 내포된 것처럼 시선을 끌었다.

하이닉스반도체가 외자유치를 위한 해외로드쇼를 시작했다. 대우차 매각을 위한 GM의 협상 창구인 산업은행의 정건용 총재는 ''양측이 빨리 하자는 데 공감하고 있다''며 조만간 가시화될 것임을 시사했다.

이근영 금융감독위원회 위원장은 현대투신 AIG 외자유치 등 구조조정 관련 현안을 상반기에 마무리지을 것임을 시사, 반신반의하던 기대감들을 기정사실로 수용하게 했다.

정부와 여당, 그리고 야당까지 가세돼 경제문제와 관련해 초당적으로 협의하자고 합의했다. 첫 번째 공동작품으로 주택경기 활성화책을 내놓았다. 실제야 어떻든 체감경기를 자극하는 것으로 주택경기만한 재료도 없다.

진념 재정경제부 장관 겸 부총리는 ''1/4분기중 3.5∼4.0%의 성장률이 예상된다''고 한국은행이 내일 발표할 국내총생산(GDP) 잠정치 발표를 앞당겨 시장에 알렸다. 오전까지 수출 감소에 무역수지 적자로 웅크렸던 경기관련주도 4월 이후 2/4분기보다는 3월까지 과거형 경기재료에 만족하며 당장 주가상승에 동참했다.

이처럼 시장에는 구조조정 현안 해결이 가시화되지는 않았지만 조만간 가시화될 것이라는 발언이 속출했다. 정부와 여당, 야당까지 나서 경기나 증시 부양에 대한 정책의지를 분명히 공표, 투자자들을 증시에서 한눈 팔지 못하게 했다. 시장은 모처럼 ''즐거운 비명''을 쏟아내며 하루를 보냈다.

◆ 종합지수 전고점 직전에 = 종합지수의 전고점은 연중최고치로 지난 1월 22일 세웠던 627.45이다. 미국의 전격적인 금리인하가 단행되면서 외국인이 대량 순매수를 쏟아부으며 유동성장에 대한 기대감을 한창 부풀렸던 때의 기록이다.

이로부터 넉달이 지난 21일 종합주가지수는 지난 금요일보다 18.42포인트, 3.07% 급등한 618.96으로 마감, 연중최고 기록 경신을 목전에 두게 됐다. 재료도 풍부하고 수급의 뒷받침도 이뤄진 탓에 일반의 예상을 넘어서는 결과가 도출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다.

종합지수만 오른 게 아니다. 5월 들어 그토록 ''따라줘야 한다''고 말이 많았던 거래량은 연중 최대치를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거래량은 7억5,010만주로 집계, 지난 1월 12일 7억1,379만주의 연중최대치를 깨로 신기록을 수립했다. 거래대금 역시 3조1,574억원에 달해 지난 4월 19일 3조5,454억원 이래 한달여만에 처음으로 3조원대로 늘어났다. 한동안 코스닥으로 집중됐던 시장관심이 거래소로 집중됐다.

반도체가격 급락 지속으로 최악의 경기 상황이 예견되는 상황에서도 삼성전자와 경기회복 기대감으로 포항제철이 동반 급등을 유지, 한국통신을 제외한 지수관련 대형주가 살아있다.

주택경기 활성화대책으로 건설주가 8% 이상, 실적호전 등으로 현대차 기아차 등 포함된 운수장비도 7% 이상 떴고 증권, 은행, 보험, 종합금융 등 금융주를 비롯해 전업종이 상승에 가담하며 700개 가까운 종목이 상승했다.

외국인이 월요일임에도 불구하고 이례적으로 적극적으로 시장매수에 나서 지난 금요일 2,250억원에 이어 1,800억원을 순매수, 나흘째 순매수 기조를 이었고, 프로그램 매수도 1,300억원 이상 유입돼 장마감 무렵 차익실현 매물을 소화하며 지수를 떠받쳤다.

선물시장에서는 외국인이 시장상승을 겨냥해 9,000계약 이상 신규매수를 느리며 5,000계약 이상 순매수했고, 시장베이시스도 콘탱고를 보였고, 옵션시장에서는 코스피200지수가 77선임에도 행사가격 85콜옵션이 적극 매수되며 대량 거래가 터졌다.

◆ 심리게임, 주의점은 = 시장에서는 전고점 돌파를 위한 조건이 이미 형성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재료나 모멘텀, 수급 등 여러 여건을 종합할 때 추가상승이 대세로 인식되고 있다. 그것도 ''조정 뒤 돌파''보다는 ''직돌파 가능성''에 무게감이 쏠리고 있을 만큼 시장내부 분위기는 모든 악재를 넘어서 있는 인상이다.

특히 지난 금요일 종합지수가 200일선을 돌파한 이래 제반 이동평균선이 정배열 양상을 보이고 있으며, 미국 시장도 주후반인 25일 발표될 1/4분기 GDP가 당초 2.0% 예상치보다 낮아질 것으로 관측되고 있어 주중 흐름에 큰 악재가 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그렇다면 악재는 없나. ''악재라면 단기 과열에 대한 경계감이 유일하다''는 시각이 그래서 나온다. 수출감소가 5월까지 석달째 지속될 전망은 시장이 후끈 달아오른 현재시점에서 악재로 수용되지 않고 6월로 이연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역시 이번주는 경기문제나 기업실적 문제가 크게 부각이 되지 않는다면 심리대결과 세력대결이 주중 흐름을 판가름할 것으로 보인다. 일단 매수세와 낙관론이 장을 거세게 선도하고 있다.

따라서 보수적인 시각에서도 전고점에 접근하는 것은 무난해 보이며 현 상황에서 추격매수는 자제하더라도 일단 매입했다면 보유전략이 우선이라고 말한다. 매도타이밍 역시 심리지표인 5일선이 꺾이는 것을 보고 잡아도 늦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를 표명한다.

좀더 낙관적으로는 일단 사지 않더라도 시장흐름에 순응하라고 얘기한다. 전고점을 돌파한다면 이중바닥을 찍고 새로운 추세대로 자리를 옮길 가능성을 현재의 응집력을 봤을 때 배제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몇 가지 유의할 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먼저 거래량이 연중최대치를 기록하면서 분출했다는 점이다. 거래량이 분출한 뒤 주가는 며칠 더 올라간 경험이 있다. 그러나 거래량이 여전히 하이닉스, 대우, 대우중공업 등이 포진돼 있어 이들 문제가 처리될 경우 거래량이 급감할 가능성이 있다.

외국인 순매수의 연속성 문제이다. 외국인이 미국 금리인하로 유동성이 보강되고 MSCI 지수변경, 경기회복 기대감 등으로 대량 순매수했지만 연속성이 얼마나 지속될 지 의문이다. 순매도로 갑작스럽게 전환활 국면은 아니다. 그럼에도 대량 순매수가 계속될 것이냐 하면 그건 ''글쎄''다.

특히 지난 1월중 630선 고점에서부터 매도를 때린 적이 있다. 물론 지난 1월보다 업종대표주나 실적호전주 등으로 매수확산이 이뤄져 삼성전자 등 편중에 따른 우려감은 줄었지만 이들 종목 역시 지분율이 달하는 수준이고 현재 지수상 단기 차익실현대에 접근하고 있다는 점은 무시할 수 없다.

여기에 선물시장의 단기 흐름을 고려한다면 이날 9,000계약 이상의 신규매수분은 언제든지 청산될 가능성이 있다. 선물 뒤집기에 따른 물량 출회는 저가매수 기회를 제공하긴 하지만 외국인 이외에 사주지 않을 경우 지수부담으로 작용할 소지가 있다.

이와 함께 구조조정 재료들이 점차 주가에 반영되고 있다는 것이다. 기대감을 넘어 해결을 기정사실화하면서 덤벼들어 연일 거래량이 폭주하는 현상이 빚어지는 것은 시장의 전환에 촉매가 될 수도 있으나 차익실현 욕구를 그만큼 앞당길 수 있다는 점에서 유의할 점이다.

더불어 시장전문가들은 주도주의 순환매가 한차례 돌아서면서 원심력이 발산되며 시장 안정성을 가져다 주었지만 한편에서는 이격도 등 기술적인 면에서 과열국면에 진입하면서 순환논리가 단절될 수도 있다는 점을 지적하기도 한다.

이밖에 국제 유가 급등과 중동 문제 역시 잠복된 악재로 꼽힌다.

한경닷컴 이기석기자 han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