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철 구로역 앞에 자리잡은 구로기계공구상가는 청계천 공구상가와 함께 대표적인 공구유통업체 밀집지역이다.

드라이버 스패너 등 일반 수공구 및 수입공구를 파는 가게들이 몰려있는 청계천과 달리 구로상가에는 수공구는 물론 건설현장과 제조업체에서 쓰이는 절삭공구를 포함, 약 5만여종의 산업용품 판매업체 2천여곳이 입주해있다.

지난 2일로 20주년을 맞은 구로상가는 전국적으로 20개가 넘는 공구상가 가운데 규모와 매출면에서 단연 으뜸으로 통한다.

하지만 구로상가의 입주 업체들에게선 예전의 활기를 찾아볼 수 없다.

구로상가 A동 1층에 위치한 서울공구의 이영상 사장은 요즘 구로상가에서만 20년째 해온 사업을 그만둘까하는 생각으로 마음이 복잡하다.

이 사장은 "거래업체의 90% 이상이 부도 등으로 떨어져 나갔던 IMF 외환위기도 이겨냈지만 요즘같아선 정말 일할 맛이 나지 않는다"고 한숨을 지었다.

올 3월 반짝 회복세를 보이던 매출이 지난달부터 다시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이 사장을 힘들게 하는건 다시 한번 해보자는 ''희망''을 갖기가 어렵다는 것.

그는 "정기적으로 물건을 떼가는 제조업체 사장들이 일감이 없다고 한숨만 쉬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구로상가에 둥지를 튼지 12년째인 공구광장의 강병훈 사장은 "올초부터 금형업체 등 단골고객들이 일거리를 구하지 못하면서 덩달아 어려워졌다"며 "그나마 최근 일부 공구가격이 오른 덕분에 근근히 매출을 유지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생산현장 경기의 ''바로미터''인 이들 공구 판매상들이 느끼고 있는 경기 체감지수는 회복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구로상가 입주업체들을 상대로 4년째 영업을 하고 있다는 공구제조업체 세신의 김학진씨는 "구로상가는 건설경기가 살아나는 4월부터 활기를 띠는게 일반적인데 올해는 1,2월에 비해 별차이가 없다"며 구로상가의 침체된 분위기를 전했다.

공구 판매상들의 매출 부진은 구로상가를 찾는 차량이 줄어들고 있는데서도 나타난다.

구로상가 A동과 C동사이의 차량 출입구에서 근무하는 주차관리인 박 모씨는 "외환위기 전에는 화물차들이 상가 골목 곳곳을 차지해 사람이 걸어다니기에도 힘들 정도였다"며 "올들어서는 외부차량의 수가 눈에 띄게 줄고 있다"고 말했다.

구로상가에서 전국 각지로 주문된 물건을 배달해 주는 대신특송 신도림 영업소의 오근환 소장은 9년째 구로상가 입주업체들을 상대로 일하고 있다.

오 소장은 "지난 99년부터 지난해말까지는 배달 물량이 작지만 꾸준히 증가했다"며 "올들어 물량이 25%정도 줄어들더니 아직까지 회복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구로상가 입구에 있는 조흥은행 구로역지점의 이복준 지점장은 "지난해 7월 구로역지점을 맡은 이후 올 2월이 최악이었다"며 "당시 크게 줄었던 예금과 대출이 지난달부터 조금씩 증가하고는 있지만 경기회복의 조짐으로 보기는 힘들다"고 귀띔했다.

[ 景氣 특별취재팀 ]

<> 오춘호 조일훈 장경영(기획부)
<> 강창동(생활경제부)
<> 김용준 이심기(산업부)
<> 조성근(건설부동산부)
<> 김수언 이방실(경제부)
<> 김도경(사회부) 기자